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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의 외식왕국 CJ푸드빌, '음식한류'의 꿈 이룰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3-18 10: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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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경의 외식왕국 CJ푸드빌, '음식한류'의 꿈 이룰까  
▲ 정문목 CJ푸드빌 대표(오른쪽)가 2013년 12월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와 협약서를 작성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그 많던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은 다 어디로 갔을까? 보이지 않는다. 변화하는 외식문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때 “아웃백 살게”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패밀리레스토랑의 아이콘이었던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최근 매장 30% 가량을 정리했다.

이런 와중에도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는 선방하고 있다. 빕스는 CJ푸드빌의 매출에서 뚜레쥬르와 함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외식 브랜드의 왕국이다. 보유하고 있는 외식 브랜드만 해도 20개 가까이 된다. CJ푸드빌은 ‘음식한류’을 세계에 퍼뜨리겠다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고집이 꿈틀대는 곳이다.

정문목 대표는 지난해 CJ푸드빌을 처음으로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정 대표는 전임 허민회 대표에 이어 CJ푸드빌을 맡아 허 대표가 초석을 마련한 외식 브랜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했다.

정 대표는 외식사업이 국내에서 출점규제 등으로 정체인 상황에서 해외사업을 통해 흑자기조를 이어가려고 한다. CJ푸드빌의 해외사업은 적자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사업은 항상 재무적 부담을 안고 있다. 매장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다.

◆ 패밀리레스토랑의 위기

미국계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 1월까지 109개 매장 가운데 무려 34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조인수 전 피자헛 사장이 지난해 10월 아웃백의 구원투수로 취임하면서 질적성장 위주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두달 만에 취한 조치다.

미국 패밀리레스토랑 양대산맥인 베니건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베니건스 매장은 한때 전국에 23개에 이르렀으나 지난달 핵심매장이었던 대학로점을 철수하는 등 9개만 남았다.

TGI프라이데이스의 경우 현재 매장이 38개로 2013년 45개에 비해 크게 줄었다. 롯데리아가 2009년 인수해 운영하고 있지만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간판을 내린 외식 브랜드도 있다. 토니로마스는 지난해 12월 19년 만에 영업을 끝냈다. 체험형 레스토랑으로 차별화를 꾀했던 마르쉐와 씨즐러도 2013년 철수했다.

아웃백의 경우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한국에 매장이 가장 많았다. 미국 본사를 제외한 세계 법인 가운데 한국법인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70%나 됐다. 그러나 아웃백은 순식간에 쇠퇴하고 말았다.

  이미경의 외식왕국 CJ푸드빌, '음식한류'의 꿈 이룰까  
▲ CJ푸드빌 '계절밥상' 매장전경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이 인기를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지 않고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0년을 기점으로 패밀리레스토랑을 대체할 수 있는 식당들이 많이 늘었다”며 “패밀리레스토랑이 매장을 빠르게 넓혔는데 급변하는 외식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한 매장들이 많아져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말했다.

패밀리레스토랑 시장규모는 2000년 1700억 원에서 매년 30% 성장세를 이어가 2005년 6천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그뒤로 가파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 CJ푸드빌의 빕스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인 빕스는 올해로 문을 연 지 18주년을 맞았다. 빕스는 이를 기념해 지난 17일 한정판 메뉴 ‘1997 스테이크’를 내놓기도 했다.

CJ푸드빌의 빕스 관계자는 “빕스는 호텔 스테이크를 대중들이 즐기도록 하기 위해 내놓았다”며 “요즘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의 사정이 어렵지만 빕스의 매출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은 그동안 빕스의 내실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패밀리레스토랑이 외형확대에 집착하다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CJ푸드빌은 고객의 입맛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 11일부터 빕스 매장을 세 가지 유형으로 바꿨다. 기존에 있던 ‘오리지널’과 ‘딜라이트’ 매장에 ‘브런치’ 매장을 추가했다. 소비자들이 스테이크보다 가볍고 건강한 브런치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자 발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CJ푸드빌은 빕스 매장을 설계할 때 고객의 동선도 고려했다. 고객이 왔다갔다 하는 뷔페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메뉴를 주문을 하면 ‘오픈 키친’에서 만들어 테이블로 가져다 주는 ‘투오더(To-order)’ 제도를 도입했다.

CJ푸드빌은 1997년 서울 등촌점에 처음 빕스의 문을 열었다. 사업초기부터 패밀리레스토랑에 맞서기 위해 ‘샐러드 뷔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CJ푸드빌은 현재 전국에 88개 빕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 외식 브랜드 왕국 CJ푸드빌

CJ푸드빌은 국내에서 외식 브랜드 왕국이다. 빕스를 비롯해 비비고 계절밥상 차이나팩토리 등 외식 브랜드,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등 제과점과 커피전문점 등 보유 브랜드만 20개 가까이 된다.

전국에 매장이 2천 개에 육박한다.

  이미경의 외식왕국 CJ푸드빌, '음식한류'의 꿈 이룰까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하지만 CJ푸드빌은 고난의 행군을 해 왔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CJ푸드빌은 2012년 말에만 해도 자본잠식의 위기에 몰려 CJ그룹의 지주사인 CJ의 자금수혈을 받아야 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누적매출 818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성장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지 않은 일부 브랜드를 정리하고 있다”며 “계절밥상이나 비비고 등 잘 되고 있는 브랜드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은 2013년 수익성이 낮은 해산물전문점 ‘씨푸드오션’ 매장을 모두 폐점한데 이어 지난해 3월 ‘피셔스마켓’도 문을 닫았다. 아이스크림브랜드 ‘콜드스톤’과 중국음식전문점 ‘차이나팩토리’도 적자매장을 정리했다.

정문목 대표는 CJ푸드빌의 해외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해외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경 부회장의 ‘음식한류’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세계 모든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은 한국음식을 먹고 때때로 한국음악을 들으며 일 년에 두 번씩 한국영화를 보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CJ푸드빌에서 한식 브랜드로 ‘비비고’가 나온 것도 이런 이 부회장의 꿈이 반영된 것이다.

CJ푸드빌의 해외매장은 지난해 8월 200개를 넘어섰다. 국내 외식기업으로 가장 큰 규모다. CJ푸드빌은 비비고, 빕스,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등의 브랜드로 세계 10나라에 진출해 있다.

정 대표는 해외매장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중국에 2005년 뚜레쥬르 진출을 시작으로 2010년 비비고, 2012년 빕스와 투썸플레이스를 선보였다.

중국 매장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뚜레쥬르 53개, 비비고 4개, 빕스 2개, 투썸플레이스 13개다. 불과 2년 전보다 전체 매장수가 7배로 급증했다.

  이미경의 외식왕국 CJ푸드빌, '음식한류'의 꿈 이룰까  
▲ 정문목 CJ푸드빌 대표는 올해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 외식왕국의 걸림돌


CJ푸드빌은 국내에서 성장정체를 맞이하고 있다. 출점 규제 탓에 매장을 늘리는 데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CJ푸드빌의 이런 고민이 농축돼 있는 브랜드가 한식뷔페 계절밥상이다. CJ푸드빌은 처음 먼저 한식뷔페의 돌풍을 일으켰지만 매장은 7개에 불과하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계절밥상은 매월 1일 익월 예약접수를 받는데 모든 매장이 월초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하지만 경쟁업체들과 같이 유통망을 활용할 방법이 없어 매장을 자유롭게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J푸드빌 매출에서 패밀리레스토랑 빕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빕스 매출은 3천억 원 정도에 이른다. 외식 브랜드는 많지만 편중이 심하다는 얘기다.

CJ푸드빌로서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이 곤궁에 처했듯이 빕스 매출이 하락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CJ푸드빌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해외사업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여전히 과제다.

CJ푸드빌은 2004년부터 해외진출을 시작해 모두 9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지만 2013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 있는 뚜레쥬르 법인만 빼고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CJ푸드빌 해외법인은 2013년 매출 700억 원 가량을 올렸는데 3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봤다.

CJ푸드빌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해외계열사에 736억 원을 지급보증해 보증액이 1년 사이 두 배가 늘어났다. CJ푸드빌이 앞으로 재무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CJ푸드빌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2013년 매출 1조 원 가량에 영업적자만 무려 347억 원이다. 물론 해외사업의 적자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식브랜드가 외국에 진출할 때 브랜드를 알리려면 매장을 일정한 수준까지 늘려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외국매장이 수익을 거둬들이는데 보통 3년에서 5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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