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회사들이 베트남 현지법인 지분 인수를 통해 현지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베트남 현지 보험사인 바오민보험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철영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
KB손해보험은 이르면 12월 초 이사회를 통해 인수 안건을 의결한 뒤 본격적으로 계약 체결 절차에 들어간다.
바오민보험은 베트남시장 점유율 8.2%를 차지하는 업계 3위 보험사다. 베트남 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SCIC(State Capital Investment Corp)가 50.7%의 지분을 들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분 17% 이상을 취득해 2대주주가 된다는 계획을 세웠다.
KB손해보험의 이번 현지 보험사 지분 인수는 베트남시장에 진출한 지 23년 만에 추진되는 것이다. KB손해보험은 1995년부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해상도 26일 이사회를 통해 베트남의 비엔틴은행보험의 신주 1666만6667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비엔틴은행보험은 베트남시장 점유율이 2017년 2.1%에서 올해 상반기 2.7%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보험사다.
현대해상이 신주 취득을 마무리하면 지분율은 25%로 높아져 비엔틴은행에 이은 2대주주가 된다.
현대해상도 1997년 호치민, 2016년에 하노이에 사무소를 연 뒤 첫 현지 보험사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각각 2002년, 2015년부터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그동안 베트남에 단순히 사무실을 여는 데서 현지법인 인수로 사업전략을 바꾼 것은 베트남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른 한계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금융당국은 외국 회사의 투자활동을 통제하고 있어 경쟁사의 자료를 얻는 일도 쉽지 않다”며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 형태로 투자하는 방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생겼다.
보험사를 비롯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과거에는 베트남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베트남 현지의 기업과 개인을 주요 고객으로 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지점, 사무소와 현지법인은 엄연히 존재 의의가 다르다”며 “현지법인을 세우거나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은 좀 더 현지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손해보험사에게 베트남시장은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 규모만 놓고 본다면 베트남 보험시장은 한국 보험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다. 그러나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베트남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고 속도도 빠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 보험시장은 2016년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손해보험 15억7천만 달러, 생명보험 20억 5천만 달러다. 한국시장 규모의 2% 수준이다.
반면 최근 10년 동안 베트남 보험시장은 연 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