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연말인사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차세대 경영진을 꾸릴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수석부회장이 승진 이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비교적 큰 폭의 조직개편과 인적개편을 병행해 차세대 경영진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경영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정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경영진들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는 한편 투자 우선순위 등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밀어내기 관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연간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분기에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판매대리점에 떠넘기는 밀어내기를 관행처럼 시행해왔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현대기아차가 주요 글로벌 경쟁기업보다 밀어내기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연말 밀어내기는 다음해 초에 재고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와 생산과 판매의 순환구조를 악화하는 요인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말부터 밀어내기를 서서히 줄이기 시작했는데 올해도 목표량 달성을 위한 무리한 생산은 자제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밀어내기 자제에 따라 11월과 12월 중국 판매량이 큰 폭으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되나 무리한 생산과 판매를 자제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으로도 예상됐다.
김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투자는 경쟁기업보다 부족한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자원을 덜 투자할 사업을 선별하는 게 핵심인데 이를 전문경영인이 하기는 힘들다”고 바라봤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뿐 아니라 계열사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디젤과 가솔린, 전기차와 수소차,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에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관련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2014년 인수했던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의 활용방안도 재검토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에 10조5500억 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사들였지만 신사옥 착공을 위한 허가가 여전히 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신사옥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한 해 쓰는 기회비용만 5천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인수와 관련한 출구전략으로 부지를 매각하려고 한다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8조 원 이상에 매각한다면 긍정적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