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정치권의 인사외풍에 약한 것은 숙명일까?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에서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KB금융사태 이후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자율적으로 선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공염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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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선임한 사외이사 후보들을 놓고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1일 김우찬 법무법인 한신 대표변호사,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유승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 4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는데 4명이 모두 정치권과 연관돼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김우찬 변호사는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국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2012년 19대 총선 직전 ‘클린공천지원단’을 맡아 활동했다.
박순애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선임하는 공공기관경영평가단 부단장 자리를 연임하고 있다.
유승원 교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출신이다. 조하현 교수는 최 부총리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기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사외이사 후보들의 이런 경력을 들어 이들이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정치권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이런 논란은 우리은행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사외이사 후보로 고성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장, 정한기 호서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천혜숙 청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등 4명을 선임했다.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같은 서강금융인회 출신이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신청을 했으며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캠프에서 일했다.
천혜숙 교수는 남편이 새누리당 소속의 이승훈 청주시장이다.
홍일화 고문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대변인과 중앙위원회 상임고문을 거쳐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맡았다.
NH농협금융지주도 예외는 아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까지 합치면 현재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관료 출신이다.
금융지주회사나 은행은 오너가 없어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부터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게 금융권에서 정설처럼 자리잡고 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금융권에 제기되는 정치적 외압의 공통요소로 서강금융인회, 새누리당 대선캠프 출신, 친박인사 등 3가지 공통분모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실시하면서 사외이사로 금융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다양하게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보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그동안 정치권 인사와 학연이나 지연 등의 관계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일이 잦았다”며 “사외이사를 통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