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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 매각 흥행 쉽지 않아, 금융지주들 모두 '시큰둥'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8-11-27 14: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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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규제 강화와 손해보험업의 미래 가치 등을 놓고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 일부 금융그룹이 인수 후보자로 꼽히지만 이들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롯데손해보험, 업황 악화와 규제 강화에 매물 매력 떨어져

롯데지주는 27일 그동안 매각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던 롯데카드와 함께 상대적으로 매각설에 덜 휘말렸던 롯데손해보험도 공식적으로 외부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롯데손해보험 매각 흥행 쉽지 않아, 금융지주들 모두 '시큰둥'
▲ 롯데손해보험 기업로고.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지주가 아닌 호텔롯데가 지분 23.68%를 보유한 1대 주주, 부산롯데호텔이 지분 21.69%를 들고 있는 2대주주로 공정거래법상 직접적 지분 매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매각할 필요성은 적은 곳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비율제도(K-ICS) 도입을 눈 앞에 두고 자본 확충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 계열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한 금산분리 원칙에 문제될 소지를 미리 없애겠다는 뜻도 깔려있다.

이를 감안하면 산업자본보다는 금융자본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악화되고 있는 롯데손해보험의 경영여건을 감당해 내고 인수 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존 금융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RBC)비율은 6월 기준 155.6%로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낮은 MG손해보험 다음이다. 

롯데손해보험을 품에 안으려는 곳은 인수하는 돈 외에 경영 정상화의 자본 확충에 들여야 할 추가 자금도 준비해야하는 셈이다.

손해보험 계열사를 갖고 있지 않은 금융그룹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칭) 등 은행계 금융그룹과 미래에셋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증권계 금융그룹이다.

KB금융지주는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탄탄한 라인업을 갖췄고 NH농협금융지주 역시 다소 부침을 겪고 있지만 NH농협손해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증권계 금융그룹은 중장기적 자산운용이 어려운 손해보험업보다는 글로벌 투자 및 자산운용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잇달아 인수한 만큼 거래를 마무리하고 그룹 품에 안착하는 데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손해보험업을 겨냥해 자동차보험료와 실손보험료 등 가격에 개입하면서 규제를 조이고 있다는 점도 금융그룹들이 선뜻 손해보험업을 키우기 꺼림칙한 부분으로 꼽힌다.

비슷한 보험업인 생명보험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장기적 자산운용이 가능하지만 손해보험은 수시로 보험금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중장기 자산운용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중소형 손해보험사를 향한 국내 금융회사의 평가는 보수적이기도 하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업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소위 ‘빅4’가 과점체제를 갖춘 시장”이라며 “롯데손해보험이 영업기반으로 삼은 롯데그룹 계열사 물량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 인수후보로 꼽히는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미적지근’ 

롯데손해보험이 매력적 매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지주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오르내리는 이유는 보험업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 매각 흥행 쉽지 않아, 금융지주들 모두 '시큰둥'
▲ KB국민은행(위부터)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의 기업로고.<연합뉴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손해보험사 17곳이 영업을 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만큼 새로 인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여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진출 방식으로 평가된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곳으로는 내년 1월에 우리은행을 모태로 지주사로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가칭)가 꼽힌다.

우리금융지주는 출범한 뒤에도 우리은행이 그룹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은행 쏠림 현상’이 짙은 만큼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매물을 살필 가능성이 높다.

롯데손해보험이 업계 상위권에 위치해 단번에 비은행 덩치를 불릴 수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우리금융지주가 당장 대형 매물을 인수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은 만큼 중소형 매물인 롯데손해보험이 오히려 적당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로 출범한 뒤 1년 동안 표준등급법을 적용해야하는데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0% 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부동산신탁회사나 자산운용사에 관심을 뒀던 이유 역시 자기자본비율에 부담을 주지 않고 인수할 수 있는 중소형 매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계획대로 모든 인수합병은 지주사 전환을 모두 마친 뒤에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롯데손해보험 및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방안은 따로 검토하고 있는 바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올해 초부터 비은행을 강화하기 위해 적당한 인수합병 매물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기회를 엿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던 곳인 만큼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월 기준 14.89%,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4.16%로 자금을 활용할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종속회사 투자지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지주사의 출자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증권과 생명보험, 신탁사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불린 만큼 하나금융지주 역시 비은행업을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인수합병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합병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없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은 지금 상황에서 매력적 매물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평가”라며 “롯데카드와 패키지 매각을 추진하거나 자체 매각가격을 크게 낮추는 방안 등이 제시되지 않으면 흥행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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