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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회장(왼쪽)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둘은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
엔씨소프트 정기주총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NXC 회장은 어떤 전략을 쓸까?
김택진 대표가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주 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김 대표를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김택진 재선임은 이변없이 통과될 듯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택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처리한다.
김택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넥슨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되지만 넥슨이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를 끌어내릴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최대실적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그가 개발한 PC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입지가 탄탄해 엔씨소프트에서 김 대표의 상징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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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8387억 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11% 증가한 것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도 2013년보다 36%나 증가한 2782억 원을 올렸다.
김 대표가 1998년 직접 개발한 ‘리니지’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전체 매출 가운데 30%를 차지하며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을 대표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 소액주주들에게 갖는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넥슨이 무리수를 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넥슨의 압박카드, 전자투표
그렇다고 넥슨이 순순히 물러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주총과 관련해 “드릴 말이 없다”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넥슨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김정주 회장이 김택진 대표에게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에게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청했는데 전자투표 제도가 압박용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투표 제도는 주주들이 주총에 직접 참가할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수 있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에 주주 제안서를 통해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건의한 게 맞다”며 “엔씨소프트로부터 제도도입을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넥슨은 14.67%의 지분을 소유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다.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 지분 8.83%를 확보해 백기사 역할을 하겠지만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없다.
◆ 김택진의 아킬레스건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압박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 사업부진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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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대표 |
엔트리브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2012년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122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하지만 엔트리브소프트는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며 경영사정이 악화했다.
엔트리브소프트는 2012년 13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적자폭이 83억 원까지 확대되며 김 대표의 골치덩어리가 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말부터 스마일게이트와 엔트리브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 사업부문 매각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매각금액이 불과 40억 원 정도에 불과해 대규모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정기주총에서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을 더 강조할 것”이라며 “엔트리브소프트에서 입은 손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주주들의 반응이 어떨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엔씨소프트와 관련된 최대 이슈는 넷마블게임즈와 협업, 그리고 모바일게임시장 진출"이라며 "넥슨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김 대표를 견제하는 선에서 엔트리브소프트의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