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으로 카드사들이 찬바람 부는 벌판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이번 개편방안이 시행되면서 카드사들이 인력 감축을 비롯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 회의장에 진입을 시도했으나 국회 관계자에게 저지당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놓고 카드업계는 말 그대로 충격에 빠졌다.
다만 개별 회사가 반기를 들었다가 미운 털이 박힐 수 있는 만큼 공식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카드사 노조가 전면에서 수수료 개편방안 철회 요구와 함께 투쟁을 예고했다. 카드사 노조는 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일부 카드사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올해 1월 희망퇴직을 통해 200여 명, 23명의 직원을 각각 떠나보냈다.
현대카드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도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은 결과 400명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가 인위적 인력 감축보다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등 자연스럽게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내보였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방안이 예상보다 강도 높게 나오면서 결국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이 일부 카드사 매각설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대기업 카드사들이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는데 앞으로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롯데지주가 롯데카드 매각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 역시 몇 년째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카드는 국내 2위 카드사이자 카드업계 유일한 상장사이지만 삼성그룹에서 비핵심사업으로 분류되는 데다 실적 역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현대카드 역시 삼성카드와 비슷한 이유로 매각설의 주인공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KB국민카드를 비롯해 은행계 카드사들은 다시 은행 품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드사가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면 조직과 인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자체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카드사가 은행에 합병되면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의 신뢰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2003년 카드 대란이 벌어진 뒤 경영위기가 오자 다들 은행으로 복귀했다. 그 뒤 다시 카드사업이 급성장하면서 2009년 하나카드를 시작으로 KB국민카드(2011년), 우리카드(2013년)가 차례로 분사했다.
카드사들은 당장 소비자 혜택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될 때마다 카드사는 가장 먼저 혜택이 많은 카드를 단종시키거나 혜택을 축소했다.
카드사들이 밴(VAN)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줄이면서 밴사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카드사는 중간 대행회사인 밴사와 밴 대리점을 통해 가맹점을 모집하고 결제망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가 밴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카드사가 이 수수료부터 손 댈 가능성이 높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날 발표문을 내고 “업계의 재무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번 수수료 인하 충격을 어떻게 상쇄할지 매우 우려된다"며 "카드업계 종사자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를 놓고 인하여력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카드업계 수익성에 제약요인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카드산업의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외형 확대를 위해 대형 가맹점 등에 과도하게 지출하는 마케팅비용을 합리적으로 감축하면 수익 개선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