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낮은 배당과 과도한 이익잉여금이 최근 코스피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다만 최근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 배당청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국내 증권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잉여금이 최근 코스피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다만 기업들이 주주친화적 배당청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국내 증권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60포인트(0.32%) 떨어진 2069.9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10월8일 2253.83으로 떨어진 뒤 현재까지 226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 2260은 코스피의 주가 순자산비율(PBR) 1배 기준선이다.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기업의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난 비율이다. 주가 순자산비율 1배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와 같다는 의미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순자산비율 1배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코스피지수를 떠받쳤던 확고한 지지선”이라며 “그동안 코스피지수 하락의 확고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주가 순자산비율 1배가 무너졌다”고 파악했다.
코스피지수가 주가 순자산비율 1배 밑으로 떨어져 주가가 실제 자산가치에도 못미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이 지목된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다.
기업들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지 않으면서 주식을 바라보는 주주의 기대이익이 낮아지니 주식의 가치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평균 배당성향은 49.3%”라며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16.7%로 현저히 낮다”고 분석했다.
평균 배당성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럽지역은 65.8%, 미국은 47.1%다. 신흥국 평균 배당성향 마저도 33%로 한국의 2배 가까이 높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은 배당성향을 낮게 유지하면서 남는 순이익으로 이익잉여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번 돈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거나 자본으로 대체하지 않고 남겨 둔 것을 말한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과 2017년의 코스피 상장기업 재무상태표에서 항목별 구성비중을 비교한 결과 다른 계정의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자본총계에서 이익잉여금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자본총계에서 이익잉여금의 비중은 2007년 55.3%에서 2017년 74.8%로 10년 동안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안 연구원은 “과거 10년 동안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재무상태표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이익잉여금 비중 상승 밖에 없다”며 “이 변화가 코스피시장의 가치 할인을 이끌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미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지고 주주 가치 개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이 30%로 높아지면 코스피지수의 적정 기대치는 9.4% 오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올해 들어 배당금 지급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앞으로 코스피지수 상승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30위 내 기업의 누적 배당금 합계는 8조3400억으로 집계 됐다. 2017년 같은 기간 3조9734억 원보다 109.9% 늘었다.
삼성전자, 포스코, SK이노베이션, 하나금융지주 등이 분기 배당금을 늘렸고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현대자동차도 순이익 감소로 배당금 규모는 45.4%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9%에서 16%로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칼의 2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한국형 주주 행동주의’가 부각되고 있어 앞으로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