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G90’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긴장하게 됐다.
현대차 제네시스의 G90이 시장에서 잘 팔릴수록 동급 차종인 기아차의 플래그십(기함) 세단 ‘더K9’의 판매는 줄어들 수 있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제네시스 G90의 성공이 형제기업인 기아차에게는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G90을 27일 출시한다. 12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동안 모두 4천 건이 넘는 계약이 접수됐다. 흥행 청신호를 밝힌 셈이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차 이름을 기존 EQ900에서 G90으로 변경하면서 외부 디자인을 싹 바꿨는데 이런 전략이 소비자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제네시스로서는 G90의 기분 좋은 출발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EQ900의 월별 평균 판매량은 2016년 2천 대 수준을 보였지만 2017년에 1천 대로 반토막났다. 올해 월별 평균 판매량은 670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제네시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기아차로서는 G90의 성공을 마냥 반기기 힘들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차량 더K9은 고급 대형 세단으로 분류돼 시장에서 G90과 맞대결할 공산이 크다.
두 차량은 차량 너비(전폭)과 차량 높이(전고), 차량 길이(전장)뿐 아니라 최대출력, 최대토크 등에서도 비슷한 성능을 보인다.
판매가격만 놓고 보면 더K9은 G90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 더K9 판매가격은 5389~9159만 원인데 G90 판매가격은 최소 7706만 원에서 최대 1억1878만 원에 책정됐다.
하지만 G90은 현대차가 별도로 관리하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생산한 제품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G90이 K9보다 2천만~3천만 원가량 더 비싸지만 이를 브랜드 비용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90' 티저 이미지. |
G90이 제공하는 각종 첨단 편의사양도 K9에 부담이다.
G90 출시 전만 하더라도 올해 국내에 출시된 대형 세단 가운데 K9이 가장 많은 첨단 편의사양을 갖춘 차로 꼽혔다.
기아차는 더K9에 국산차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술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을뿐 아니라, 차로유지 보조와 안전하차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편의사양들을 전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른 일종의 등급)에 기본으로 탑재했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G90에 더K9에 적용된 기술뿐 아니라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와 지능형 차량관리 서비스 등 한층 강화한 정보기술(IT) 편의사양을 적용했다.
기아차가 더K9의 상품 경쟁력에서 G90에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는 2015년 현대차 제네시스 EQ900 출시로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기아차는 2015년 ‘1세대 K9’을 월 평균 360대씩 팔았다. 하지만 2015년 12월 EQ900이 판매되기 시작하자 월 평균 판매량이 2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당시에도 1세대 K9과 EQ900의 가격 차이가 2천만 원가량 났지만 K9이 프리미엄 브랜드인 EQ900의 위상을 뛰어 넘기는 힘들었다.
기아차에게 2015년 12월의 악몽이 되풀이 될지는 한달 쯤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4월에 더K9을 출시한 뒤 일곱 달 연속으로 차를 1천 대 넘게 팔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