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1월 서울시 중구 SK네트웍스 본사에서 열린 SK네트웍스의 동양매직 지분 인수 기념식에서 (왼쪽부터)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와 문종훈 당시 SK네트웍스 사장, 정영채 당시 NH투자증권 부사장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글랜우드 프라이빗애쿼티(PE)가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의 최대주주인 일본 이온(AEON)그룹과 매각주관사 노무라증권은 20일까지 미니스톱 인수 참여 의향서를 받는다. 매각대상은 미니스톱 지분 100% 전부다.
현재 글랜우드PE와 함께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글랜우드PE는 어떻게 보더라도 이 가운데 최약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명실상부한 국내 유통업계 양강이다. 롯데그룹은 코리아세븐, 신세계그룹은 이마트24를 통해 편의점사업을 이미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오랜만에 인수합병에 나서는 만큼 오너의 의지도 확실하다.
그러나 글랜우드PE를 무시하기에는 최근의 가파른 성장세와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성과가 눈에 띈다.
글랜우드PE는 2014년 이상호 대표를 맞은 뒤 성공적 투자 실적을 쌓아 나가고 있다.
글랜우드PE는 특히 4년 전 현대홈쇼핑과 한앤컴퍼니라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동양매직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신생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로 업계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글랜우드PE가 내로라하는 후보들을 꺾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상호 대표의 결단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글랜우드PE는 농협은행PE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3천억 원가량을 적어 최고가를 냈는데 본입찰을 하루 앞둔 저녁에 이 대표가 홀로 고심한 결과라고 전해진다. 3천억 원 이상을 써내기로 마음을 굳히고 컨소시엄 파트너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랜우드PE는 동양매직을 인수한 지 2년 반 만에 SK네트웍스에 6100억 원에 매각해 3천억 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글랜우드PE는 그 뒤 한라시멘트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에 매각해 내부수익률 14%를 달성하기도 했다.
2건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랜우드PE는 올해 설립 5년 만에 4500억 원 규모로 첫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자금 가운데 1300억 원가량이 GS에너지의 자회사 해양도시가스와 서라벌도시가스의 지분 인수에 쓰인다.
특히 동양매직이 2년 반, 한라시멘트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강단을 엿볼 수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규모가 큰 기업을 인수한 뒤 적당한 매각시기를 놓쳐 애를 먹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를 놓고 “인수 후에도 성장할 여력이 있어야 인수후보들에게 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성장속도를 볼 때 1~2년 더 기다리면 실적이 더 좋아질 수는 있지만 덩치가 커지고 성장도 정체되면 결국 매각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랜우드PE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으로 이 대표의 인맥이 꼽히기도 한다.
특히 이 대표의 아버지가 삼성그룹의 2인자였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인 만큼 이 대표에게 아버지의 후광이라는 말도 종종 따라붙는다.
이 전 부회장은 오랜 기간 삼성그룹에서 2인자로 통했던 인물이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지낸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이었다.
이 전 부회장의 재력만 해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삼성SDS 상장 직후 1조 원대의 자산가 반열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운용하는 펀드에 아버지 이 전 부회장의 자금이 관여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승승장구를 놓고 아버지의 후광 때문이라고만 여기면 이 대표로선 다소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뿐 아니라 유독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를 이끄는 CEO 가운데 학맥과 인맥을 갖춘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를 이끄는 한상원 대표이사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다.
이 대표가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그동안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낼까.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