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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10년, 신격호의 롯데를 지우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3-06 12: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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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의 롯데 10년, 신격호의 롯데를 지우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수합병으로 롯데그룹의 몸집을 키웠다.

신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유통뿐 아니라 중화학, 금융 등 35기업을 인수했다. 이런 모습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수적으로 롯데그룹을 경영해 온 것과 크게 비교된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의 위상을 강화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인수한 기업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신동빈의 롯데그룹 탈유통

신격호 총괄회장은 ‘화려한 것은 지양하고 실리를 챙긴다’는 ‘거화취실’이라는 경영철학을 앞세워 보수적으로 롯데그룹을 경영했다.

반면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의 외형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신 회장은 평소 “좋은 인수합병 매물은 원래 불황일수록 더욱 성사시켜야 한다”며 “경기가 안 좋을수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 회장이 10년 동안 사들인 기업의 업종들도 다양하다.

신 회장은 GS리테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바이더웨이, 하이마트 등을 인수하며 주력사업인 유통부문을 더욱 확대했다.

신 회장은 이와 동시에 탈유통화도 꾀했다. 롯데손해보험의 전신이 된 대한화재 인수는 금융기업 인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는 2009년 두산주류BG와 해태음료 안성공장을 각각 5천억여 원에 사들였다.

롯데푸드는 2010년 파스퇴르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한국네슬레와 각각 50% 지분을 투자해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세웠다.

신 회장은 해외사업 진출도 활발히 추진했다. 중국 대형 유통기업인 타임스는 물론이고 말레이시아 석유화학기업인 타이탄도 사들였다.

신 회장은 롯데제과를 통해 인도, 베트남, 벨기에, 파키스탄의 제과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해외시장에 발을 넓혔다. 신 회장은 2010년 필리핀 펩시까지 118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신동빈의 롯데 10년, 신격호의 롯데를 지우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스콧 와이트먼 대사로부터 영국여왕 대영제국지휘관훈장(CBE)을 받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의 위상 올려


신 회장의 인수합병으로 롯데그룹은 몰라볼 정도로 변했다.

롯데그룹은 70여곳이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순위 5위로 올라섰다.

롯데그룹의 몸집은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무려 4배나 커졌다. 롯데그룹 매출은 2004년에 23조 원에 머물렀다가 지난해 83조 원까지 올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경영을 책임진 2004년 이후 롯데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며 “롯데그룹 매출이 지난해 80조 원을 넘어선 것도 신 회장의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의 힘”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특히 중화학 등 비유통사업에 적극 진출하며 롯데그룹의 위상을 한단계 올렸다.

신 회장은 2000년대 들어 현대석유화학 2단지(현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해 롯데케미칼을 석유화학산업의 강자로 만들어 냈다. 신 회장은 2012년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해 석유화학사업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삼는 토대를 구축했다.

재계에서 신 회장의 위상도 올라갔다.

신 회장은 지난달 말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왕왕 중국 부총리 환영행사를 재계 대표자격으로 이끌었다. 신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전경련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국내에서 인수한 유통기업의 성적은?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의 외형을 키웠지만 인수한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롯데하이마트다. 롯데그룹은 2012년 11월 하이마트 지분 65.25%를 인수하는 데 1조2480억 원을 투입했다.

신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날 대한통운 등의 인수에 실패한 뒤 하이마트를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하이마트는 당시 전자기기 유통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롯데그룹의 백화점이나 마트 등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는 인수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인수된 뒤 오히려 실적이 떨어졌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6.7%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무려 21.9%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2011년 7.6%에서 지난해 3.8%로 떨어졌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부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신 회장은 GS리테일로부터 백화점과 마트를 인수하는 등 롯데그룹의 주력인 유통부문을 키우는 데도 온힘을 쏟았다. 그 결과 롯데쇼핑은 2013년 기준으로 롯데그룹 매출의 4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불황이 지속되면서 백화점들은 1% 성장에 머물고 있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동빈의 롯데 10년, 신격호의 롯데를 지우다  
▲ 노병용 전 롯데마트 사장이 2011년 중국 90호 점인 '옌지이오점' 개장식에 참석해 중국의 전통행사인 화룡점정을 하고 있다.

◆ 해외기업 인수 성과는 언제 보나


신 회장은 비전 2018을 주창하면서 해외매출 30%를 목표로 내걸 정도로 해외 진출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신 회장은 2009년 야심차게 중국 대형마트 진출을 꾀하면서 중국 유통기업 ‘타임스’를 7300억 원에 사들였다. 신 회장은 중국에서만 롯데마트 점포수를 103개까지 늘리는 등 유통망을 크게 넓혔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마트는 중국시장에서 처음으로 매출이 15% 감소하는 굴욕을 겪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서 지난해 처음 점포수를 8개 줄여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이라며 “롯데마트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중국의 내수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통해 2010년 말레이시아 최대 화학기업 ‘타이탄’을 인수해 화학분야 사업확장을 꾀했다. 신 회장은 당시 1조5천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타이탄케미칼은 인수된 뒤 2년 동안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등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28%나 줄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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