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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 |
음원시장의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
음원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뀐 데 이어 자동으로 음악을 선곡해 주는 스트리밍 라디오가 대세로 떠올랐다.
국내의 대표적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는 삼성전자의 밀크와 비트패킹컴퍼니의 비트가 꼽힌다.
이들은 음원소비 방식을 정액제 스티리밍에서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방식으로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 비트, 국내 최초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국내 최초로 스트리밍 라디오 시장을 개척한 것은 비트패킹컴퍼니의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인 ‘비트(Beat)’다.
비트는 지난해 3월 출시됐는데 앱만 다운받으면 전문가가 선곡한 50여개의 음악채널을 통해 무료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무료로 음악을 듣고 회사는 음악 사이에 광고를 넣어 수익을 낸다.
비트는 지난달 12일 출시 11개월 만에 회원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더 많은 음악제작자가 음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장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투데이를 창업하고 네이버에서 폐쇄형 SNS 밴드를 총괄한 SNS 전문가다. 그는 네이버를 박차고 나와 지난해 3월 비트패킹컴퍼니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3600만 명 가운데 돈을 지불하고 합법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6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비트의 기획과 탄생은 우리나라 음원산업계가 처해 있는 현실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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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패킹컴퍼니의 비트는 최근 라디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달에 음악을 듣기 위해 100만 원 이상을 투자하는 전문가 집단은 전체 음악시장의 약 7%에 불과하다. 10만 원 이상을 쓰는 애호가 그룹은 21% 정도다. 2만 원 가량을 소비하는 그룹은 32%, 전혀 투자를 하지 않는 무관심한 그룹이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40%를 차지한다.
비트가 서비스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바로 수동적 사용자, 곧 음악감상에 돈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다.
비트는 인터넷에서 무료 불법 음원을 다운로드해 스마트폰에 일일이 넣는 수고를 감수할 만큼 음악감상에 돈을 지불하기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악동 뮤지션과 같은 스타나 전문가가 선곡한 채널을 운영해 다양한 음악을 쉽게 듣게 만든다.
비트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지만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들을 의향이 있는 잠재적 사용자와 2천만 명의 로컬뮤직플레이어 사용자들이 모두 우리의 미래고객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밀크, 부분 유료화로 갈등 풀까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미국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기반의 무료음악 스트리밍 앱인 밀크를 내놓았다. 애플의 ‘아이튠즈 라디오’보다 3개월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밀크가 인기를 끌자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전문가가 추천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드는 곡은 바로 ‘곡 구매’ 기능을 통해 삼성 뮤직으로 연동되어 구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소리바다와 손잡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소리바다에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360만 곡 이상의 음원을 제공한다.
그런데 무료였던 삼성전자의 밀크가 이르면 3월 중 유료화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무료 서비스를 놓고 벌였던 음반저작권협회와 분쟁에서 한 발짝 물러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밀크뮤직의 유료서비스 도입을 위해 개발업체에 서비스 개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안에 유료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발표대로 개편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이르면 3월 말 개편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방식은 현행 무료모델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유료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크는 지난해 출시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운로드한 사람이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밀크는 서비스를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암초를 만났다. 음악저작권협회가 서비스 운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해 10월 1일 “밀크뮤직은 지난 8월 맺은 사용계약서에 유료화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지금처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계약 위반이라 계약해지 예고통보를 보냈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
음악저작권협회는 스트리밍 형태의 음악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으며 합법적 음악시장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음악저작권협회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소리바다와 계약을 해지하고 음악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삼성전자는 당시 “밀크가 차트 중심 기존 음원 서비스와 달리 다양한 음원소비를 촉진해 불균형한 국내 음원소비 패턴을 바꾸고 정당한 음원사용료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음원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법적으로 삼성전자의 밀크 서비스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삼성전자가 소리바다에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음악저작권협회는 소리바다로부터 저작권료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저작권협회가 소리바다와 계약을 해지한다면 밀크는 더 이상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다. 국내 음악의 90% 이상은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밀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국내 음악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 밀크 서비스가 유료화할 것이라 전망이 많다.
밀크가 이번에 부분 유료로 전환하면서 무료 서비스로 비롯된 음악단체와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밀크뮤직 관계자와 유료서비스와 관련한 논의를 앞두고 있다”며 “서비스 개편 추이를 보면서 재계약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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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밀크의 광고 |
◆ 디지털 음원 소비 방식의 변화
국내 디지털 음원 온라인시장은 크게 3번의 변화를 겪었다. 시작은 2000년대 초반 MP3 파일을 다운받는 방식이었다.
그뒤 인터넷 망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2000년대 후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악파일을 내려받을 필요없이 실시간으로 파일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음원사이트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 KT뮤직의 지니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보통 한 달에 6천 원 정도를 내고 무제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이용했다. 정액권을 구입해 직접 저장해 놓은 플레이리스트나 인기차트를 재생하는 방식이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멜론은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1위, 지니가 2위다.
지난해부터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가 뜨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에서 방송과 같이 편성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음악을 감상한다. 스트리밍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일부러 곡을 찾는 작업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선곡해 준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된다. 주제별로 채널을 고를 수 있다.
시장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5년 세계 스트리밍 라디오 시장규모가 연평균 44.8% 성장해 2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기존 다운로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음악시장에서 스트리밍 라디오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선두업체인 스웨덴의 ‘스포티파이’의 회원 숫자는 서비스 1년 만에 4천만 명을 넘어섰다. 애플 또한 지난해 6월 ‘아이튠즈 라디오’를 선보이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밀크는 삼성전자가 소리바다에 음원 사용료를 지불하고, 소리바다는 보유한 360만 곡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돈을 낼 필요가 없다. 밀크 앱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제 비트와 밀크에 이어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소리바다까지 무료 라디오 스트리밍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