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텔신라가 교환사채 상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면세와 호텔 사업의 회복을 통해 재무부담을 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호텔신라가 주가 부진 탓에 2년 전 발행했던 1328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투자자들에게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상황과 마주하며 유동성 관리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교환사채 상환 이후 재무부담을 낮추기 위해 면세와 호텔·레저부문의 실적 반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이다.
6일 호텔신라 동향을 종합하면 회사가 2024년 7월 발행한 제75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는 5일 첫 조기상환 가능일을 지나 이날부터 투자자의 실제 상환청구 여부를 확인하는 구간에 들어갔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일정 조건에 따라 채권을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증권이다. 호텔신라가 발행한 교환사채는 호텔신라 보통주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발행 규모는 1327억9700만 원, 교환가액은 1주당 6만2200원이다.
투자자는 호텔신라 주가가 교환가액을 충분히 웃돌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교환가액을 밑돌면 주식 교환보다 원금과 약정 상환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선택지가 더 유리해질 수 있다.
호텔신라 교환사채 투자자는 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2026년 7월5일부터 이후 3개월마다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호텔신라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3일 5만900원에 장을 마쳐 교환가액을 18%가량 밑돌고 있다.
주가만 놓고 보면 투자자가 주식 교환보다 현금상환을 택할 유인이 생긴 셈이다. 다만 호텔신라는 보유 유동성과 본업 회복세를 근거로 삼아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이 회사의 유동성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신라는 6월23일 연 개인주주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관련 질의에 큰 틀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사채 전액에 대한 조기상환 청구가 들어오더라도 호텔신라가 보유한 유동성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단기 대응 여력은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신라는 1분기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2499억 원과 기타금융자산 230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 합산하면 4800억 원이 넘는 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4월에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시장 접근성도 확인했다. 호텔신라는 당시 2450억 원 규모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만기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 확보에 활용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지만 회사채는 만기 때 새로 발행해 차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큰 염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2027년 2월 2600억 원, 2027년 4월 1300억 원 등 모두 3900억 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다만 재무지표는 여전히 개선돼야 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1조2506억 원, 유동부채는 1조3878억 원으로 유동비율은 90%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220%에서 올해 1분기 20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00%를 웃돈다.
그럼에도 본업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재무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535억 원, 영업이익 204억 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늘었고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라면세점 서울점 전경. <호텔신라> |
면세(TR)부문은 온라인과 제주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할인율 개선 효과가 반영되면서 1분기 영업이익 122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 50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호텔&레저부문도 신규 호텔 오픈 효과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 82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28% 늘었다.
이부진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면세업황 부진과 공항점 임차료 부담이 겹치면서 커진 재무 부담을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인천국제공항 DF1 구역 철수와 할인율 개선은 면세부문의 외형 확대보다 이익 회복에 무게를 두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동선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면세부문 실적 저하에 따른 이익창출력 약화로 인해 차입부담이 크게 높아졌으나 지난해 이후 이익창출력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차입금 상환능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선 연구원은 이어 "올해 4월 인천공항 DF1 구역 영업중단에 따른 임차료부담 완화로 면세부문의 이익창출력이 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DF1 구역 보증금 회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 등으로 재무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이후에도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호텔신라는 6월23일 개인주주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2분기 전망과 관련해 인바운드 관광 수요 호조, 온라인 소매 중심 성장, 인천국제공항 DF1 철수에 따른 국내 공항점 수익성 개선을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도 호텔신라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보고 있다.
호텔신라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56억 원, 영업이익 489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 2분기보다 매출은 1.0% 줄지만 영업이익은 464.1% 늘어나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 교환사채와 회사채 만기 대응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도 줄어들 수 있다. 면세 부문의 적자 축소와 호텔·레저 부문의 안정적 이익이 함께 나타나면 이 사장이 강조해온 수익성 중심 경영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만 주가와 주주환원은 여전히 이 사장에게 남은 큰 숙제다.
호텔신라는 2024년과 2025년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2025년 사업연도 미배당 배경으로 체력 회복과 안정적 현금흐름 기반 확보를 들었다.
호텔신라는 앞으로 수익 구조가 안정되고 재무 건전성이 회복되는 시점에 배당성향 10~20% 수준의 배당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회복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매출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 기업가치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면세점과 호텔의 성장 전략이 구체화하면 주가 상승 여력은 클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