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은 최근 수 년 사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에 도시정비사업에서 선별수주를 기본 전략으로 삼았는데 GS건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허 사장에게 선별 수주는 필수적으로 여겨졌다. 인천 검단 아파트 사고 여파에 타격을 입근 주거 브랜드 ‘자이(Xi)’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수익 보장과 위험 부담이 적은 사업지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GS건설은 올해 초 이런 전략에 변화를 시사하며 도시정비 신규수주 목표로 8조 원을 제시했다. 이는 GS건설이 2010년대 도시정비 업계 강자로 자리매김하던 시절의 수준이다. 아울러 ‘과거 영광을 되찾고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도시정비 업계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도시정비 시장이 최대 80조 원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도시정비사업 자체의 수익성도 크게 회복되고 있다.
GS건설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과 2021년만 해도 건축·주택 사업 매출총이익률(기사 하단 용어설명 참조)은 20%를 넘겼다. 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 따른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등 공사비 급등 영향에 10% 아래로 내려섰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2021년 7.1%에서 2025년 3.5%로 반토막났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비 급등기에 착공해 원가 부담이 높던 현장이 준공되면서 GS건설을 비롯한 건설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높아지고 있다.
GS건설 건축·주택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1분기 기준 12.4%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9%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지난해 2분기부터 두자릿수대로 올라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그동안의 선별 수주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도 힌다.
허윤홍 사장의 도시정비 사업에서 확장 움직임은 그룹 전반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허태수 GS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공지능(AI)에 따른 변화를 의식하면서도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토목과 플랜트 등 여러 사업이 있지만 GS건설은 주거 브랜드 '자이'의 경쟁력을 토대로 주택사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1분기 매출 기준으로는 2조4005억 원 가운데 1조4213억 원이 건축·주택 부문에서 나왔다.
GS건설이 올해 서울이 아닌 곳에서 수주한 도시정비 사업지의 미분양 위험이 커지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낮다.
예를 들어 경기도 용인 수지삼성4차는 수지구 내 사업 속도 면에서 상징성이 있다. 수지구 내 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서는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사업지는 수지구청역이나 동천역 등 경부벨트의 핵심 축인 신분당선 역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1천 세대 이상 단지로 GS건설에서는 향후 수지구 내에서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요충지가 되어 줄 수 있다.
GS건설은 수의계약만으로 도시정비 양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올해 상반기를 마무리할 것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올해 상반기 대어급 사업지가 나란히 시공사를 선정하는 오는 30일이 지나도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업계 2위에 오르며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삼성물산이 오는 30일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승리해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시공권을 가져와도 공사비가 4434억 원 규모에 머문다. 그런 만큼 현재로서는 삼성물산의 도시정비 신규수주는 상반기 3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GS건설은 오히려 현재 1위인 현대건설의 행보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오는 30일 DL이앤씨를 상대로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을 따내 도시정비 수주잔고에 1조4960억 원어치를 추가해 8조 원에 이르는 잔고를 쌓을 가능성이 있다.
GS건설은 올 하반기 서울 핵심지 수주를 통해 도시정비 양강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힘줄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 뿐 아니라 부산과 수도권 등 지방 주요 지역에서도 꾸준히 영업활동을 펼쳐 이같은 성과가 올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 여의도와 목동 등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시공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
◆ 용어설명
- 매출총이익률 :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여 얻은 총매출에서 그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원가(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건설업에서는 특히 각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원가가 높은 특성 상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을 보여주는 핵심 재무지표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