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린 기자의 내돈내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 지금이라도 살까요?" 금리·환율 공부해야 하는 이유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6-05-26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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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아무리 요즘 인공지능(AI)이 똑똑하다지만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다. 내 돈은 결국 내가 굴려야 한다. 학창시절 수학은 포기했지만 재테크는 포기 못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 같은 투자 문외한을 위해 손쉬운 재테크 가이드를 써 보기로. 이코노미스트부터 펀드매니저, 프라이빗뱅커(PB)까지 금융 전문가들을 찾아가 재테크 입문자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기로. 누굴 만나도 주식 얘기를 하는 2026년, 그들의 입을 빌어 투자 이야기를 펼쳐본다.
▲ 2026년 들어 코스피가 빠르게 오르면서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을 포모(FOMO, 소외공포)에 빠트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재테크는 어렵다. 용어부터 낯설다.
뉴스와 유튜브를 보면 금리, 환율,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디폴트옵션, 주가순자산배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퇴직연금(IRP),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형(DC)형 같은 어려운 말들이 쏟아진다.
이왕 무지를 인정하고 배우기로 했으니 솔직히 말한다.
다들 아는 것 같아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잘 몰랐다. 왜 미국 기준금리가 오를 거 같으면 한국 증시가 떨어지고, 외국인은 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데 한국 주식을 파는지.
그래서 금융의 성지 여의도로 갔다.
일타강사를 만나 광명을 찾은 수포자 수험생처럼 여의도 전문가를 만나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재테크 입문자의 마음으로 전문가를 만나자, 요즘 제일 궁금했던, 어쩌면 투자의 기초일지도 모르는 날것의 질문이 튀어나왔다.
“삼전·하닉 투자하는데 금리랑 환율도 알아야 하나요?”
◆ 좋을 때는 괜찮다, 흔들릴 때 거시경제를 보게 된다
“좋을 때는 산업 사이클 자체가 워낙 좋으니까 거시경제를 빼놓고 봐도 주가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생기거나 시장 조정이 올 때는 금리와 환율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결국 버틸지, 더 살지, 줄일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투자를 하는데 거시경제를 왜 알아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요즘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야기로 시작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야기로 끝난다.
▲ 코스피 8천 시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26일 크게 오르며 각각 '30만전자'와 '200만닉스'에 안착했다.
‘삼전·하닉’은 역대급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만년 저평가 꼬리표가 붙던 코스피를 세계 주요국 증시 상승률 1위권으로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슈퍼스타가 됐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어느새 200만 원을 넘보고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목표주가 400만 원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삼성전자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요?” “하이닉스 더 갈까요?” “지금 팔아야 하나요?”
평생 저금만 하던 엄마에 이모, 사돈의 팔촌, 이웃사촌까지 부활해 투자 종목에, 전망에, 주가 이야기를 한다.
박 연구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 연구원은 “원래 주식 안 하던 사람들도 올해 연락이 정말 많이 왔어요. ‘뭐 사야 하냐’, ‘지금 들어가도 되냐’ 이런 이야기들을 하더라”며 웃었다.
다만 사람들이 늘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만 물어보는 것을 두고 투덜거렸다. 투자 수익률에 종목 선정보다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진짜 ‘제2의 엔비디아’를 점지하는 것보다 금리, 환율이 중요하냐고 미심쩍게 되묻자 ‘진짜’ 수익률에 거시경제 지표들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논문도 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주식 투자로 크게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항상 “코로나 때 들어갔다”와 같은 경제위기나 시장의 변곡점에서 시작할 때가 많았다.
박 연구원은 “기업은 경영 활동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지만, 환율이 우호적 방향으로 움직여 환산 이익이 늘어날 수도 있고, 금리 변화 때문에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보는 주가는 그런 여러 가지가 다 모여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관심이 많아야 투자를 잘 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르면 어떤 산업이 영향을 받고 환율이 움직이면 어떤 기업들이 유리해지는지, 그런 것들을 연결해 보다 보면 시장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아무리 실적이 좋은 기업이어도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같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때 주가가 왜 떨어지는지를 이해해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 금리는 '돈의 가격', 증시와 기업 실적까지 흔드는 변수
“금리는 결국 돈의 가격이다.”
박 연구원은 금리는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까지는 쉽다. 모두가 안다. 하지만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해 작고 소중한 월급을 불리고 싶은 투자자라면 조금 더 알아야 한다.
▲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진은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4월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현재 한국은행 총재는 신현송 총재로 신 총재는 28일 취임 뒤 첫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연합뉴스>
금리가 기업의 투자계획과 실적, 증시 전반에 굉장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권력자라는 사실 말이다.
박 연구원은 “금리가 낮으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고 시장에도 돈이 많이 풀린다”며 "반면 금리가 오르면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가 함께 위축되면서 결국 시장에 들어오는 돈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당연히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낮을 때는 예·적금보다 주식 투자 기대수익률이 더 높아 보이기 때문에 시장으로 돈이 몰린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업 경영 위축 가능성을 심각하게 말하는 뉴스들이 나오는 데다 굳이 위험한 주식을 하지 않아도 은행 이자만으로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진다.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에 흘러들어오는 자금의 힘도 약해진다.
최근처럼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한 상황에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것)’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때에는 돈이 안 들어오는 걸 넘어 증시에서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다.
이 정도 벌었으니 금리가 높아져 시장이 ‘골골’대기 전에 수익을 챙겨 피신하는 것이다.
투자 좀 한다하는 사람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박 연구원은 “금리가 움직인다는 건 결국 시장에 풀리는 돈의 양과 가격이 바뀐다는 의미”라며 “주식시장에서는 이 변화가 굉장히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물가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의 돈을 조이고, 물가가 하락하면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을 푸는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 유동성을 조절한다.
투자자들이 기준금리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 등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일 유인이 커질 수 있고, 그럼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안 좋을 수 있겠구나,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물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
각국 정부의 주요 정책과 경기상황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계 주요국 물가에 공통으로 영향을 주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원자재, 그 중에서도 유가를 들 수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각국의 물가 흐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향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리를 자극해 글로벌 증시 투자심리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과 이란 전쟁 같은 중동국가들의 지정학적 상황 변화는 물론이고 좀 더 과거로 가면 셰일가스 같은 새로운 대체재 등장이나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친 코로나19까지...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금리에 물가에 국제유가까지, 이런 식으로 거시경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
진정한 투자자라면 그 어느 것 하나도 간과해서는 안 될 테지만 그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물가와 유가 흐름의 결과물이자, 돈의 가격인 금리, 그리고 그 다음은 '환율'이다.
◆ 돈의 국경이 희미해진 시대, 환율이 내 수익률도 바꾼다
환율은 우리 돈인 원화를 미국 달러 같은 외국 돈으로 바꿀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라는 건 1달러를 사기 위해 원화 1500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환율은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 원/달러 환율은 원화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거시지표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