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사진은 2026년 4월22일 인천 연수구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캠퍼스 앞에서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과 단체협약에 잠정합의한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에게 모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대표 계열사가 사업성과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데 합의한 만큼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진이 노조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노조가 협상 우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삼성전자가 총파업을 유보하고 잠정합의로 방향을 잡은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2차 파업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에 따르면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회사와 2026년 임단협과 관련해 별다른 진전이 없고 상황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20일 예정됐던 노사 대화도 불발된 데다 향후 노사 미팅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중재가 있으면 참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의 임단협 교섭이 조만간 속도를 내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저녁 임단협과 관련한 잠정합의안 타결에 극적으로 성공한 만큼 삼성전자 사례를 참고해 협상이 진전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두 회사 노조가 모두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만큼 삼성전자 노사의 임단협 합의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의 임단협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큰 부담을 안게 된 쪽은 바로 회사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재원과 지급 방식을 별도 합의서로 정리한 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단협에서 논의될 성과급 산식과 성과 공유 기준을 둘러싼 비교 사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노조는 애초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종 합의에서는 ‘영업이익 공유’가 아니라 ‘사업성과’라는 표현으로 정리됐지만 결과적으로 회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성과 공유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데 초기업노조 소속인 삼성전자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런 주장에 더 힘을 실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에 따르면 2026년 임단협 요구안에는 임금 부문에서 △기본급 14.3% 인상 △전 직원 정액 350만 원 인상 △1인당 타결금 3천만 원 지급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이 담겼다.
반면 회사는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임금 6.2% 인상 △일시금 600만 원 지급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역대 최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며 성과 공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연결기준 매출 4조5473억 원, 영업이익 1조3201억 원을 거뒀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30.31%, 영업이익은 56.60%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26년 1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 1조2571억 원, 영업이익 5808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35% 증가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 사진은 인천광역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다만 회사로서도 영업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방식의 성과급 지급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경영설명회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시설 등에 모두 1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장기 수주 계약, 품질관리 비용이 실적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기 실적만을 기준으로 성과급 산식을 고정하면 향후 생산능력 확장과 신규 모달리티(의약품 전달 경로) 확장을 위한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회사의 부담이 커진 모양새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낙관적 상황에 놓인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총파업을 유보하고 잠정합의로 방향을 튼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곧바로 2차 파업에 나서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회사와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파업에 나설 명분이 적어졌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5월1일부터 5일까지 창사 이후 첫 파업을 진행한 뒤 특근 거부 등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파업을 놓고 법적으로 다투고 있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 전인 4월 인천지방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해동된 세포주의 변질이나 부패를 방지하는 작업 등 필수 보안 작업에 대해 파업 기간에도 해당 작업을 중지해서는 안된다는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이에 회사는 법원의 결정 직후 인용되지 않은 나머지 필수 공정도 파업을 금지해달라고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사로 둔 CDMO 기업이라는 점도 노조의 선택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생산 차질 논란이 커질 경우 회사뿐 아니라 노조도 여론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는 앞으로도 노조,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상을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