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3-05 1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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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 여파로 중동 시장을 향한 수출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물류비 상승과 성분 규제 강화 가능성이 떠오르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 코스맥스가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도 현지 공략을 무리 없이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26년 2월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코스맥스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2026’에서 현지인들이 화장품을 사용하는 모습. <코스맥스>
다만 코스맥스는 선제적으로 구축한 할랄 인증 인프라와 인도네시아 생산 거점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에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오히려 중동 사업 확장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것이다.
5일 코스맥스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중동 정세 불안에도 현지 시장 공략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6년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 울라마위원회(MUI) 인증을 취득했다. 이후 모든 제품을 할랄 기준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할랄 등록 제품은 약 2380개다. 인도네시아 화장품 업계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23년에는 인도네시아 할랄 어워드 화장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현지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이력이 중동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화장품 성분과 원산지 검증을 강화하더라도 이미 할랄 기준을 충족한 인도네시아 생산 제품을 기반으로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코스맥스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2026’에서 인도네시아와 유사한 열대 기후권에 속하는 서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을 전략 거점으로 삼아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료 공급 측면에서도 안정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할랄 화장품은 알코올과 일부 동물성 원료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천연·식물성 원료 중심의 생산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로 화학 원료 공급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원료 포트폴리오는 공급 리스크를 분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강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구축한 생산 거점이다. 업계에서는 이 공장이 중동 시장을 겨냥한 전진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은 고온과 강한 자외선 환경에 맞춘 화장품 제형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기후에 맞춰 개발된 제품인 만큼 습도와 관련해 일부 조정만 거치면 중동 시장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자생 식물을 활용한 소재 브랜드 ‘더 아름’을 꼽을 수 있다. 고온과 강한 자외선 환경에 적응한 식물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중동의 고온·건조 기후에도 활용될 여지가 있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의 생산능력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2억1천만 개며 2025년 3분기 기준으로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생산량은 같은 기간 5240만 개, 6610만 개, 4531만 개에 그친다. 이를 고려하면 남아 있는 생산 여력을 활용해 중동 물량을 추가로 소화할 수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물류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항로는 한국 본사 대비 거리가 짧은 편이다. 분쟁 해역을 피해 우회 항로를 선택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현재 중동 지역 전반의 수출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충돌 이후 중동행 해상 운임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선박들이 우회 항로를 선택할 경우 운송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우회 항로 운항 시 해상 운임이 기존보다 최대 50~8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코스맥스가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취득을 바탕으로 중동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26년 2월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코스맥스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2026’ 행사 전경. <코스맥스>
통관 규제 강화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중동 주요 수입국들이 안보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화장품 통관 과정에서 성분과 원산지 검증을 더욱 엄격히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중동 시장 자체의 성장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국내 화장품 수출은 아랍에미리트(UAE) 66.1%, 사우디아라비아 27.7%, 튀르키예 24.2% 등 중동 주요 국가 전반에서 고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온·건조한 기후와 강한 자외선 환경에 맞춘 고기능성 선케어 제품과 슬리핑 마스크 등이 현지 화장품 매장에서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비 구조도 특징적이다. 중동 시장은 화장품 연구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역할이 비교적 큰 구조로 평가된다.
중동에서는 기후 특성상 대형 쇼핑몰이 단순한 유통 공간을 넘어 ‘에어컨이 있는 사교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뒤 구매하는 ‘클릭 앤드 모르타르’ 형태의 옴니채널 소비가 활발하다.
이처럼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는 소비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여기에 현지 기후와 종교 규제에 맞춘 제품을 개발이 요구되면서 브랜드들이 자체 생산보다는 ODM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동 시장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서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인접 할랄 국가(말레이시아 등) 중심으로 공략을 우선 확대할 것”이라며 “향후 국제 정세를 면밀히 살펴보며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