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두피 케어' 승부수, 이선주 '닥터그루트' 앞세워 'K두피' 보폭 확대 집중
조수연 기자 ssue@businesspost.co.kr2026-01-19 17: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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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두피 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를 집중 지원할 태세다.
두피와 모발 제품에 주목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탈모 증상 완화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대표 제품으로 하는 닥터그루트 브랜드를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두피 케어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가격대가 높은 탓에 소비자 접근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사장의 전략이 구체적 수치로 드러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선주 사장은 LG생활건강의 미래 성장축으로 '두피케어' 사업을 낙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시행하고 '네오뷰티사업부'를 신설하며 '과학 연구 기반의 뷰티·헬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네오뷰티사업부는 하이테크 기반의 뷰티·헬스케어 브랜드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와 구강케어 브랜드 '유시몰'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조직 체계를 브랜드 중심으로 전환하고 고성장 브랜드에 대한 투자 집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닥터그루트가 2017년 출시부터 2023년까지 7년 연속 ‘탈모증상케어 샴푸 및 린스’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이 사장의 시선 한 끝이 닥터그루트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사장의 결정에는 'K뷰티' 경쟁력의 무게중심이 얼굴에서 두피·머리카락으로 이동하는 시장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탈모와 두피 케어는 세대를 막론한 일상 고민으로 부상하며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탈모 관리' 시장 규모는 2020년 3072억 원에서 2025년 4990억 원으로 5년만에 6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 역시 2024년 12조 원에서 2030년에는 22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탈모 시장의 초점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로 이동하며 제품군은 의약품을 넘어 샴푸·트리트먼트는 물론 두피 세럼, 앰플, 토닉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스킨케어 강국인 한국의 경쟁력이 두피를 피부처럼 관리하려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리며 ‘K두피’ 제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두피·모발용 제품의 해외 수출 금액은 미국 9502만 달러, 일본 3495만 달러, 홍콩 2017만 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도 시장 확대 흐름에 발맞춰 그동안 축적해온 두피 연구와 임상 솔루션을 바탕으로 탈모 이외에도 여러 두피 고민을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닥터그루트는 핵심 무대인 북미에서 아마존과 틱톡 등의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 기준 북미 온라인 매출이 2024년 같은 기간보다 800%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는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솔루션' 라인 제품을 미국·캐나다·멕시코 코스트코 매장에 공급하며 오프라인 유통망도 확대했다.
현지 반응도 긍정적이다. 2025년 1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된 닥터그루트 팝업 행사에는 이틀 동안 모두 1679명이 방문했는데 최대 2시간의 대기 행렬이 형성될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다만 닥터그루트를 앞세운 성과가 LG생활건강의 실적 반등을 이끌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면세 채널 부진을 상쇄할 만큼 성과가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를 중심으로 한 신규 시장은 수익성보다 매출 규모 확대를 우선시하는 단계"라며 "당분간 신규 입점 확대와 브랜드 육성 과정에서 마케팅과 유통 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2021년 이후 실적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8조915억 원, 2022년 7조1858억 원, 2023년 6조8048억 원, 2024년 6조8119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매출 6조3680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조2896억 원, 7111억 원, 4870억 원, 4590억 원, 2419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LG생활건강이 올해 어떤 실적을 내느냐는 2025년 9월 수장으로 발탁된 이선주 사장의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임인 이정애 전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만큼 이선주 사장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 브랜드의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솔루션'.
닥터그루트는 특허 기술 470건과 인체 적용 시험 132건 등 상당한 연구개발(R&D) 역량이 적용된 LG생활건강의 대표적 '하이테크' 브랜드로 꼽힌다. 닥터그루트가 성공한다면 이 사장이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실패한다면 후폭풍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닥터그루트는 LG생활건강의 대표적 프리미엄 브랜드인 만큼 소비자 체감 가격이 높은 수준이다.
닥터그루트의 대표 제품인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엑소좀' 샴푸(400ml)는 3만6천 원으로 경쟁 제품인 'TS 뉴프리미엄 탈모집중 샴푸'가 2병에 3만6900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대가 높다.
탈모·두피 케어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가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G생활건강은 닥터그루트를 놓고 최근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춘 5천원 수준의 '입문용' 체험 키트를 제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국내 탈모 샴푸 시장에서는 TS트릴리온이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해당 제품은 홈쇼핑과 온라인 유통망을 앞세워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구체적 브랜드별 매출 비중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네오뷰티사업부가 신설된 만큼, 닥터그루트 브랜드 역시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