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손가락 달린 'LG 클로이드'를 개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가정용 로봇 개발 방향을 '휴머노이드' 중심으로 전환하며, 실제 소비자의 가사 노동을 대체하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LG 클로이드'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된 ‘HS로보틱스연구소’의 첫 결과물이다.
류 사장은 LG전자의 제조 기술과 지난 1월 자회사로 편입한 미국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기업 베어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합, 실질적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봇'을 향후 로보틱스 주력 사업 방향으로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전자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클로이드'를 선보이며,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유사한 외형과 동작을 갖춘 로봇을 뜻한다.
인공지능(AI), 센서, 모터와 액추에이터,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의 첨단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인간과 비슷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첨단 기술의 종합체’로 불린다.
LG전자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티저 영상을 공개한 '클로이드'는 양 팔과 다섯 손가락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추정된다.
리모컨을 가져오거나 물건을 정리하는 등 실질적 가사 노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가정용 로봇으로, LG전자가 추구하는 '제로 레이버 홈(가사 노동 해방)'을 구현할 핵심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로이드를 직접 제어하는 AI 반도체도 LG전자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LG전자는 바퀴 2개로 이동하며 음성 대화와 가전 제어에 특화된 가정용 반려로봇 'Q9' 개발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Q9은 바퀴 중심의 '이동형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홈 보조 기기에 초점이 맞춰졌을뿐, 가사 노동을 직접 대체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따라 집안일을 돕는 로봇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류재철 사장은 지난 9월 IFA 2025에서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다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Q9'에서 '클로이드' 개발로 방향을 바꾼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당초 올해 출시할 것으로 예고했던 가정용 반려로봇 '볼리' 출시를 연기하며, 가정용 휴머노이드 개발 등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LG전자는 스마트 가전 인프라를 갖춘 만큼 로봇시장의 구조적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LG전자는 생활가전(HS)사업본부 산하에 신설한 ‘HS로보틱스연구소’를 중심으로 클로이드를 비롯한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 흩어져 있던 로봇개발 역량을 한 곳에 모은 것으로, 휴머노이드로봇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이재욱 연구위원이 연구소를 이끈다.
LG전자는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결합한 '피지컬 AI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미국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설립된 AI 기반 자율주행로봇 기업이다.
로봇이 충돌하지 않고 가장 효율적인 경로로 이동하도록 제어하는 기술과 급정거 시에도 로봇 손에 든 액체가 넘치지 않게 하는 제어 기술 등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가정에 보급된 가전을 통해 확보한 사용자 생활 패턴과 공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베어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스마트 가전 인프라를 통해 로봇 시장의 구조적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초 투명·무선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공간과 사물을 인식하는 로봇의 '눈', 스마트TV 플랫폼 웹OS는 연결성과 보안을 책임지는 '뇌', 빌트인 스테이션 로봇청소기는 자율주행과 작업을 수행하는 '손과 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용희 그로스리서치 연구원은 "LG전자는 부품부터 완제품, 서비스 , 소프트웨어(S/W)에 이르는 ‘로봇 풀 스택’ 라인업을 완성하며 피지컬 AI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며 "결국 로봇 시장의 패권이 누구에게 가든, 그들이 활동할 무대(홈)를 장악한 LG전자는 구조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