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고 1시간 만에 경고등 5개' 벤츠 잇단 초기결함에 소비자 불만 급증, '레몬법' 보상 신청 줄잇는다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12-19 15: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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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차량들에서 구매 직후 초기 결함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차량 출고 이후 1년도 되지 않은, 심지어 인도받은 지 단 1시간 만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레몬법’을 통한 보상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차량들에서 출고 직후 초기 심각한 결함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레몬법’을 통한 보상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일각에서는 레몬법 신청 서류 접수 이후 메르데세스-벤츠코리아에서 신청을 취하해 줄 것을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상대로 ‘레몬법’에 근거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 시작된 레몬법은 자동차에 하자가 있으면 제조사에서 소비자에 보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1965년 출시된 레몬색 폭스바겐 비틀이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매물이 많이 나온 것이 논란이 되면서 레몬법이 시작됐다. 달콤한 레몬인줄 알고 구매했는데, 사서 먹어보니 신 레몬이었다는 비유에서 레몬법이란 호칭이 붙었다.
한국에서도 2019년부터 레몬법이 시행됐다. 신차 구입 후 1년 안에 중대 결함 2회 또는 일반 결함 3회가 발생하면 레몬법이 적용돼 차량 판매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레몬법이 적용된 첫 사례도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2021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에 대형 세단 S350d를 구매한 소비자에 새차로 교환해 줄 것을 명령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레몬법 적용 여부와 신청 방법을 묻는 글이 올해 들어서만 수십 건이 올라왔다. 이미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교환·환불을 받은 소비자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회 요청 등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평소에 따로 레몬법 신청 건수를 집계하지 않아, 메르세데스-벤츠 결함과 관련해 정확히 몇 건이 신청됐는지는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교환·환불로 이어지는 건수는 많이 늘어 요즘은 신처으이 50%가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A씨는 올해 10월 메르세데스-벤츠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LC 300 쿠페를 구매했다.
차량을 인도받은 지 1시간 후에 경고등 5개가 들어와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수리 후 얼마 안돼서 오류 증상 4가지가 발생하면서 두 번째로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그런데 수리가 끝나고 2주 후에 또다시 결함 3가지가 동시에 발견돼 서비스센터를 세 번째 방문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LC 쿠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신차 구입 후 2개월 동안 세 번이나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것이다. 벤츠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는 큰 이상이 없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완료해 괜찮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A씨는 전했다.
하지만 A씨가 사설 서비스센터에서 정밀진단을 받아본 결과, 51개 부분에서 작동 오류가 발견됐다.
A씨는 “우리가 명차라고 말하는 벤츠가 과연 맞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구매자 B씨는 “이번에 GLC를 출고한 차주들이 온갖 잔고장과 여러 문제들로 상당히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경기에 거주하는 C씨도 GLC 300 구매 후 일주일 만에 ‘배터리 이상 주행 정지 경고등’을 시작으로, 엔진 경고등 등 10여 가지 오류를 겪은 후 전조등 작동 불능이라는 중대 결함으로 레몬법을 통해 환불 처리를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게시글과 댓글 등으로 레몬법 신청 절차를 공유하며, 벤츠코리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국토부 산하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서류를 접수한 후, 벤츠코리아가 레몬법 보상 신청 취하를 권유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도 있다.
D씨는 준대형 세단 E300을 구매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10개가 넘는 오류가 발생하면서 올해 10월 새차로 교환받았다. 다만 레몬법 관련 절차를 끝까지 진행한 것은 아니다. 도중에 벤츠코리아에서 합의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D씨는 “레몬법 신청 서류를 접수한 이후 벤츠코리아에서 보상 제안이 왔다”며 “레몬법 신청을 취하하면 백만 원 단위가 넘어가는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해서 어떤 보상인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서류 접수가 끝나면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서는 전문가 3명을 선정해 결함 정도와 레몬법 적용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D씨는 이 단계에서 다시 한 번 벤츠코리아로부터 회유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D씨는 “교환·환불 명령이 나기 전에 벤츠코리아에서 연락이 와서 환불이나 교환을 해줄테니 신청을 취하해 줄 것을 제안했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심의위원회에서 환불·교환 명령이 나오면 레몬법 집계에 잡히는 등 이미지 타격을 걱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