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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환율에 '28년 외화 규제 빗장' 푼다, '1500원' 막기 위해 '달러 유입' 총력전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 2025-12-19 14: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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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고환율 국면에서 28년간 잠가온 외화 규제의 빗장을 풀며 달러 유입 총력전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자 외환당국은 외화 유동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외화대출과 외국인 투자 통로를 넓히는 방법 등을 통해 외화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외환관리 전략을 전환했다. 다만 고환율의 원인이 대외 환경에 있고 구조적 요인이 여전한 만큼 이번 조치가 환율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론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 고환율에 '28년 외화 규제 빗장' 푼다, '1500원' 막기 위해 '달러 유입' 총력전
▲ 정부가 고환율 국면에서 28년간 잠가온 외화 규제의 빗장을 풀며 달러 유입 총력전에 나섰다. <연합뉴스>

19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을 멈추기 위해 갖가지 환율 방어 기법을 총동원할 채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 1500원을 마지노선을 삼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전날인 18일 달러를 비롯한 외화 공급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의 길목을 넓혀 외화 공급을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정부 정책이 그동안 수십 년 동안 '달러 유출'을 막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달러 유입'을 통해 환율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외화 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은 크게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규제 유예 △선물환포지션 합리적 조정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활성화 △해외 상장 외국기업의 전문투자자 지위 명확화 등을 포함한다. 시장상황에 맞춰 규제의 빗장을 한시적으로 풀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시중에 흐르는 외화의 흐름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단적인 예가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다. 이는 위기 상황을 가정해 각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대응 여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실제 금융기관은 이런 감독 조치를 의식해 필요 이상의 외화를 보유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는 이를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혹시 몰라서 쌓아둔' 달러를 시장에 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울러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 같은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75%에서 200%로 높이기로 했다. 선물환포지션 제도는 과거 외국환은행을 통한 과도한 외화유입과 외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2010년 도입했으며 각 은행별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순포지션(선물외화자산-선물외화부채) 비율의 상한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들은 본점에서 달러를 차입해 올 여력이 충분함에도 그간 국내 은행과 동일한 규제에 묶여 있었다.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높아지면 해당 은행이 더 많은 외화를 들여와 국내에서 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 수출기업에 대해선 국내에서 쓰는 시설자금뿐 아니라 운영자금에 대해서도 외화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외화대출이 가능해지면 국내 금융시장에 유통되는 달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된 조처이다. 기존에는 생산설비 구입이나 공장 증설 등 시설자금에 한해 외화대출이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임금·원재료비·관리비 등 일상적인 사업 운영에 필요한 운전자금까지 외화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전면 허용인 셈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외환관리 체계의 전환을 상징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한국의 외환 규제는 지난 28년 동안 외화대출 자체를 경계해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 대기업과 종합상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금리를 피해 대규모로 외화를 차입했고 위기 국면에서 외화가 급격히 빠져나가며 연쇄 부도를 초래했던 경험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순대외채무국(대외채무>대외채권)에서 1조 달러(약 1478조5천억 원)가 넘는 순대외채권국(대외채권>대외채무)으로 전환되면서 외환당국은 이제는 외화대출을 허용해도 외환위기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약 591조4천억 원)가 넘은 데다 이미 국민연금 등의 해외투자액이 많아 위기 시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환율에 '28년 외화 규제 빗장' 푼다, '1500원' 막기 위해 '달러 유입' 총력전
▲ 정부는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개설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 밖에도 정부는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증권사 계좌개설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외국인 통합계좌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국내에 개별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외국인 통합계좌가 활성화되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개인투자자가 확대돼 달러 유입이 촉진될 수 있다는 취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19일 YTN '뉴스START'에서 "여러 가지 요인들로 보면 외국으로부터 달러화가 우리나라에 좀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지, 반드시 이것 때문에 달러화가 유입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우리 시장의 개방성이라든가 이런 걸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의는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원화 약세가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보다는 외환 수급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외화 유출이 늘어난 반면 유입 통로는 충분히 열려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수급 상황이 달라지면 원화값도 약세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하, 내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등이 원화값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의 내년 1분기 달러당 원화값 전망치는 1430원(중간값 기준)으로 지금보다 높다.

다만 이번 대책이 환율 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의 고환율 현상은 한국-미국 간 금리 차이,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환율의 방향 자체를 바꿀 만한 근본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일본 등 외국 금리, 글로벌 달러 흐름, 위험 회피 심리가 계속되면 환율 추세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 연구본부장은 "제도 때문에 (외화가) 못 들어온 것은 아니다"라며 "달러화가 강세라는 실질적인 요인 그리고 엔화가 너무 약세"라고 짚었다.

이와 별도로 일각에서는 정책 실패시 돌아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내년 물가는 요동치게 된다. 한국은행이 바라는 2% 물가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잇따른 환율 조치가 시장에 먹혀들지 않으면 오히려 급격한 자본 유·출입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은 위험 수준까지 증폭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동시에 이러한 해결책들이 외부 요건이라는 점은 문제다.

주 연구본부장은 "지금 환율 시장의 불안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었다"며 "이번 대책들이 전혀 쓸모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근본적인 외환시장이 안정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미국 연준 의장이 상당히 비둘기파적인 사람이 들어온다든가 일본은행이 금리를 빨리 올려준다든가. 이런 외부적인 요건들이 동반되어야만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 대책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1478원대를 기록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맞물린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당장 유의미한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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