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앞서 이 사장은 영업을 중단하는 권역을 포함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면세사업권 신규 운영사업자 입찰 참여 여부를 포함한 재입찰 관련 전반적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17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4월 인천국제공항 DF2권역 영업을 종료한 뒤 최근 2년과 정반대의 실적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된 지 한 달 만인 10월 말 인천공항 면세점 DF2 권역 사업을 철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해당 구역에서 매달 50억~1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왔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DF2권역 영업을 중단한 뒤 내년 하반기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체 매출의 약 20%를 잃게 된다. 지금껏 높은 임대료로 인한 적자가 문제였지만 내년에는 업계 점유율 하락을 방어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DF2권역 사업권 반납을 결정하며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인천공항 DF4(패션·잡화)권역에 역량을 집중해 면세점의 체질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4개월여의 시간 동안 명동점과 영업을 지속하는 권역의 공항점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려 전반적 사업경쟁력 후퇴를 방어해야 한다.
신세계면세점 안팎에 따르면 이 사장은 대표에 오른 뒤 임직원들에게 항상 고객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장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CK컴퍼니) 대표 시절 스타벅스 리워드 제도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도입한 인물이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인 모바일 주문 시스템 ‘사이렌오더’는 미국 본사에 역수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많이 다니는 CEO로 고객들의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강하다”며 “신세계면세점에서도 고객 중심으로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사장은 10월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명동점과 인천공항점에 ‘토스 페이스페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토스 페이스페이는 얼굴 인식만으로 별도의 카드 없이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또 이번 협약을 계기로 토스의 인프라와 신세계면세점의 고객 데이터를 연계해 출국 시점·구매 이력·선호 브랜드 등을 반영한 타깃형 마케팅도 펼친다.
이 사장은 9월 그룹 인사 직후 영업본부 아래에 있던 인천공항점과 본점 등 면세점 점포를 대표 직속으로 옮기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또한 현장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최근 국내 면세업계에는 모처럼 우호적 영업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가 9월 말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데다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사이 갈등으로 중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가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로 한국 여행 비용 부담이 줄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인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방문)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최근 쇼핑을 위해 면세점보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 로드숍을 찾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일이 신세계면세점이 공항점 일부 사업 철수로 인한 업계 위상 약화를 방어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는 중국 개별관광객(FIT)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았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일 알리바바그룹 아래 중국 대표 온라인 여행 서비스 플랫폼 ‘플리기’와 전략적 MOU를 맺었다. 플리기는 5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플리기와 알리바바의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등급별 멤버십과 전용 쇼핑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알리바바그룹 산하 기업들과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력 범위를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또 플리기의 회원 기반을 활용해 방한 전 고객 유입 확대, 개인별 맞춤형 쇼핑 혜택 제공, 귀국 후 재방문 전환까지 이어지는 여정 기반 타깃마케팅을 본격 추진한다.
▲ 신세계면세점은 10월28일서울 중구 본사에서 토스와 고객 중심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방승익 토스 매니저, 진필규 부문장, 이승건 대표, 이석구 신세계디에프 대표, 김현철 영업·마케팅 총괄, 곽종우 마케팅담당. <신세계면세점>
11일에는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플러스 주최로 중국·홍콩 주요 매체 기자단을 신세계면세점 본사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신세계면세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신세계면세점은 알리바바와 협업의 연장선상에서 여행(플리기), 결제(알리페이), 쇼핑(신세계면세점)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파트너십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밖에도 글로벌 FIT 공략을 위해 단독·최초 입점 브랜드 확대, 체험형 매장 운영, 항공사·호텔 제휴 마케팅 등을 통한 질적 성장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의 당면 과제는 인천국제공항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사업권인 DF1과 DF2 재입찰 참여에 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1일 해당 사업권의 입찰 공고를 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입찰 공고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입찰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DF1·DF2는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사업권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국내 주요 면세사업자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DF2권역 입찰에서 무리한 입찰가를 써내며 사업을 따낸 여파 등으로 지난해부터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사업권을 반납한 이력으로 인해 이번 입찰 정성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 사장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무리 없는 수준의 입찰가를 제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보수적 전략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로만 약 23년을 근무했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조선호텔, 2007년부터 11년 동안 스타벅스, 2020년부터 3년 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사업부문을 각각 이끌었다. 직전 2년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지냈다.
스타벅스코리아 매출은 2007년 1344억 원에서 2018년 1조5223억 원으로 11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67억 원에서 1428억 원으로 불었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지난해 연간 실적을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34.1% 개선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