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지난해 12월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해외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지방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경남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24일 거제시의회에서 정례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해외매각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장협의회는 결의문에서 “국내 조선산업의 영속적 발전과 기술보호, 고용창출 등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졸속 해외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국부창출, 조선산업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올바르게 매각되길 결의한다”고 강조했다.
의장협의회는 전국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에 결의문을 보내 해외매각 반대에 대한 여론결집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거제시의회가 지난달 21일, 경남도의회가 지난 13일 대우조선해양 해외매각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 결의문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보냈다.
민주노총 대우조선노동조합은 대우조선해양 해외매각 반대 피켓을 들고 경남도청과 거제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2월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해외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성만호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구성원의 고용과 조선산업의 기술 유출 문제가 발생되는 해외매각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는 지분 31.5%를 소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2000년 10월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됐고 2001년 8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결정하고 2008년부터 매각을 추진해왔다.
당시 포스코와 GS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결렬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한화그룹와 현대중공업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결국 6조 원대 인수가를 제시한 한화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자 한화그룹은 인수를 포기했다. 그 뒤 국내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그 뒤 대우조선해양은 매각대상자를 찾지 못하고 성장정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해외 매각 논의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 때였다.
한러 정상회담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 조선소 건설에 협력하기로 결정되면서 러시아 언론들이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러시아의 로즈네프트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자국 내 조선산업 활성화를 위해 오래 전부터 한국 조선회사를 사들이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
때마침 대우조선해양의 2대 주주인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보유지분 가운데 5%를 매각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다시 현안으로 등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매각을 통해 3402억 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금융위원회의 지분은 17.15%에서 12.15%로 낮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겠지만 증시상황에 따라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국내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조선이 군함, 잠수함 등을 생산하는 국가 기간 방위산업회사라는 점 때문이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는 기술 및 국부유출 논란이 발생할 해외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간담회에서 밝혔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시가총액 규모 40위 안팎의 거대기업이라는 점이다. 시가총액은 6조 원을 넘는다. 경영권을 지닌 산업은행의 지분가치만 해도 1조9천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산업은행 지분만 인수하더라도 2조 원이 넘는 자금이 동원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만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업계는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일괄매각이 아닌 분할 매각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해외매각의 걸림돌인 방산 부분을 별도 분리해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지분을 국민들에게 싸게 파는 ‘국민 공모주’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자는 의견도 있다. 1988년 포스코를 상장할 때 정부와 산업은행 지분을 상장가격보다 64%까지 낮은 가격에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한 전례가 있다. 이 경우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비해 매각대금이 적을 수밖에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이 깨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 금융지주의 홍기택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매각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금산분리에 어긋나고, 산은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말해 매각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배당금과 2008년 한화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 냈던 3천억 원의 이행보증금 등으로 이미 공적자금의 회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것이 아직 중론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7만 원대까지 갔던 것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을 기다렸다가 팔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3만 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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