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웹툰, 웹소설 플랫폼 ‘시리즈’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2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리케이션(앱) 인기 순위에 따르면 네이버의 새 웹툰 웹소설 플랫폼 ‘시리즈’가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웹툰 웹소설 플랫폼으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
네이버는 2011년 5월 안드로이드버전부터 '네이버 북스'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9월19일 명칭을 ‘시리즈’로 바꾸고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콘텐츠 플랫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웹툰과 웹소설 장르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네이버는 개편에서 사용자가 한 편, 한 편의 콘텐츠를 이용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결제하는 번거로움 없이 원하는 작품을 연속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콘텐츠 이용권을 묶음으로 제공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또 ‘너에게만 무료’ 시스템을 적용하는 작품을 늘렸다. 너에게만 무료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작품의 선정에 콘텐츠 제공자(CP)의 의사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너에게만 무료 작품으로 선정된 콘텐츠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간 언제라도 너에게만 무료 콘텐츠 보기를 시작해 무료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용자는 한 편을 보고 24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선택하기에 앞서 어떤 내용의 콘텐츠인지 돈을 들이지 않고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시리즈에서 콘텐츠 제공자 역시 작품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 등에서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네이버는 콘텐츠 제공자의 자율성을 늘려 작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프로모션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작품의 홍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런 환경을 제공하면 더 많은 콘텐츠 제공자들과 좋은 작품들이 네이버 시리즈 플랫폼을 찾게 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시리즈는 네이버 웹툰이 지니고 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토대로 한 추천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추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들이 애초 보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이용자가 재생한 영상을 바탕으로 관련 영상들을 줄줄이 추천해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영상을 소비하게 하는 유튜브의 전략과도 같은 방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네이버 북스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서비스를 운영해왔지만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형과 방식 등 많은 부분이 변화해왔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발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개편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 웹툰을 통해 쌓은 빅데이터와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능 등을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하는 작품을 결제 과정의 불편함 없이 정주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이용자들의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여가 때 즐길거리를 찾는 이용자들을 겨냥해 웹툰, 웹소설 자체의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과 맞설 계획을 세웠다.
제공하는 콘텐츠의 종류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시장에서 플랫폼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리즈는 웹툰과 웹소설을 제공하는 플랫폼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다른 장르의 플랫폼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네이버는 그 안에서 웹툰과 웹소설 장르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첫 출발은 좋지만 여러 지표를 살펴볼 때 네이버 시리즈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22일을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한 달 동안 네이버 시리즈 앱을 내려 받은 사람의 수는 2만6398명이다. 이날 기준 유튜브 앱과 넷플릭스 앱을 내려 받은 사람의 수가 각각 2962만929명, 573만8582명인 점에서 콘텐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월 평균 333억 분의 사용시간을 보여 모바일 사용자 시간 점유율이 네이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시장 분석회사 와이즈앱이 10월2주차 모바일 앱 사용시간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가 카카오톡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3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점점 더 모바일과 동영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네이버가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이미지와 텍스트 중심 콘텐츠로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동등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단순히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틈새시장을 노려볼만 한데다 판권 확보를 통한 사업 확장도 가능해 성장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