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춰잡았다.
통화정책으로 주택 가격 안정을 꾀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에 경제전망을 했고 그 뒤 대내외 여건 변화를 고려해서 다시 한 번 전망을 했다”며 “그 결과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 내년 경제성장률도 2.7%로 각각 예상된다”고 밝혔다.
7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9%에서 0.2%포인트 낮아졌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1%포인트 하향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 내년 1.7%로 각각 전망됐다.
이 총재는 “잠재 성장률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가 목표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 이번에는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되 리스크 요인이 전망 경로에 얼마나 영향 미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10월 기준금리를 연 1.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연속 같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11월에 금리 인상 여건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기보다는 이번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이 주택 가격 상승세를 잡을 수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리와 주택 가격의 상관관계를 보면 금리를 올리더라도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도 하고 금리를 내려도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등 일관된 음(-)의 관계를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금리를 올려도 경기 상황이 좋고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면 집값이 오르는 사례를 과거에 봐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11월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금리 인상 요건 가운데 11월이 되면 어떤 것이 적합해질까.
“10월보다 11월이 금리를 올리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기보다는 이번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게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대외 리스크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등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져있다. 그런 상황이 성장이나 물가, 거시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어떻게 영향을 줄지 한 번 더 지켜보자는 뜻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 11월에 경기와 관련해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면 금리를 못 올릴 수도 있다. 그럼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1%포인트까지 확대되는데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내외 금리차 확대가 금융 불안의 주원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최근 금융 불안은 미국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불안에서 촉발됐다.
금융 불안을 겪는 나라 대부분이 미국보다 금리가 훨씬 낮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 금리 차이가 금융 불안의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올리고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면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과 투자 형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은 유념해 지켜보겠다.“
-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은?
“사실상 지금까지 어떤 기조나 스탠스에서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그때 그때 거시경제 흐름이 어떤 경로를 밟아가고 있는지, 금융 안정 상황은 어떤지 판단하는 것이다.
거시경제 안정이라는 바탕 위에서 금융 안정에 초점을 두는 원칙에 근거해 결정을 하겠다. 정책 여력 확보의 필요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거시 건전성, 조세, 소득정책 등 다른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고 있고 그에 따라 어떤 금융 안정 상황이 어떤지를 다른 정책의 운용과 같이 놓고 판단하겠다.“
- 외국인 채권 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외국인 채권 투자는 올해 1월~8월에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9월에 감소했다. 원인을 보면 외국인 채권의 만기 도래가 컸고 차익 거래 유인이 축소됐던 점 등이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고 외국인 채권 투자 대부분이 장기 투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채권자금이 큰 폭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 현재 금융시장이 금융 불균형이라는 측면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는 것인지.
“금융 안정과 관련된 리스크가 조금씩 커지는 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가계부채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정부의 다각적 노력으로 증가세가 많이 둔화되고 있지만 소득 증가율을 웃돌아서 증가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준다.
다만 금융 안정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 수익성으로 봤을 때 국내 금융기관의 충격 흡수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금융 안정 리스크가 쌓이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금융 시스템 안정이 악화될 수준은 아니다.“
-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하는 것 맞나.
“경기 국면은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사후적으로 판단한다. 금융위기 이후에 세계적으로 경기의 변동성이 크게 축소되면서 경기국면 판단이 더 어려워진게 사실이다.
통화정책은 경기뿐 아니라 여러 불확실성과 금융 안정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운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순 없다. 선제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하면서 ‘신중히’라는 단어를 뺏고 견실한 경제 성장이라는 문구에서 ‘견실한’이 빠졌다. 이 단어들은 금리 인상 신호로 인식되던 부분이었는데.
“경제 성장 전망을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바꾸었는데 이것도 견실한 수준에 들어간다. 요즘 상황이 ‘견실한’보다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
‘신중히’라는 단어가 빠졌을 때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 고민했다. 잠재 성장의 물가 수준이라면 금융 안정에 더 유의해야겠다는 것을 그전에도 밝혀왔는데 사실상 그런 단계가 더 가까워진건 사실이다.“
-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관찰 대상국으로 유지했다.
“예상했던 결과다. 시장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국은행도 협조해 노력을 기울였다.”
- 정치권에서 주택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결정문에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판단했는데 고려할 필요성이 낮다는 뜻인가.
“통화정책에서 소위 자산 가격의 동향을 같이 들여다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이 아니다. 통화 완화정책을 오래 지속하면 자산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주택 가격은 금리 이외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금리와 주택 가격의 관계를 보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오르는 사례도 많았고 금리를 내렸음에도 주택 가격이 같이 하락하기도 했다. 일관되게 소위 음(-)의 관계를 보이는 건 아니다.
주택 가격의 동향을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유심히 들여다보지만 통화정책을 주택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다른 영향도 같이 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 잠재성장률 수준에 하회하는 수준의 경제 성장률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그때도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때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금융 안정을 가장 우선적으로 둬야 될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다.
경제 성장률이 2.7%가 되면 올릴 수 있고 안 되면 안 올린다라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 안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떤 결정이 가장 바람직하냐 하는 차원에서 판단을 하겠다.“
-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잡기가 어렵다. 금리를 변경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변수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하나가 딱 뭐라고 답변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바탕 위에서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물가와 경기 상황 등 거시경제를 봐야 한다. 아까 말씀 드렸듯이 금융 안정에 중점을 둬야하는 상황이 가까워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