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짜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SK텔레콤이 현재 보유한 자산만으로는 이를 원활히 진행하기 어렵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7일 “SK텔레콤은 올해 4분기 물적분할을 공식화하고 2019년 주주총회 및 규제기관의 승인을 얻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 지분 9.93%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의 상장 손·자회사 의무 보유지분이 20%에서 3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0일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그룹 내 주력 기업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둘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을 확대하려면 최소 5조54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5조5400억 원은 SK텔레콤이 당장 마련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조7961억 원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약 3조7천억 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SK텔레콤은 5G 설비 투자 등 당장 돈 쓸 데가 많다.
박 사장은 우선 SK텔레콤의 자사주 일부를 지주사 SK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SK텔레콤 지분 25.2%를 보유하고 있는데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SK텔레콤 지분을 최소 4.68% 더 확보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우선 자사주 4.68%를 처분함으로써 약 1조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2조7천억 원이 모자라지만 중간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물적분할한 SK텔레콤 사업회사를 재상장하며 지분 일부를 일반인에게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하면 투자회사가 사업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30% 정도를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통신사업(모바일) 가치는 약 21조 원으로 평가받는다. 상장하는 기업들이 통상 3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공개를 했을 때 약 14조7천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 사업회사 지분 30%를 매각한다면 단순계산으로 약 4조410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 검토가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외부 컨설팅업체의 자문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단계에서 자금 마련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박 사장이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준비 작업을 거의 마친 것으로 바라본다.
SK텔레콤은 최근 자회사 SK플래닛에서 11번가를 분할하고 5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보안회사 ADT캡스 인수도 마무리했다. 주위에서는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SK텔레콤 사업부문의 내실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한다.
박 사장은 현재 2015년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해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구글의 지배구조 개편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