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의 경영이념인 '사회적 가치'에 한반도 발전에 기여하는 내용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오며 한반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힌 만큼 SK그룹 차원에서 그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7~19일 제주도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리는 올해 CEO 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대북사업을 포함하라고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은 매년 10월 계열사 CEO들을 한자리에 모아 한 해를 결산하고 다음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CEO 세미나를 연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를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올해 CEO 세미나에서는 대북사업이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일은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띤 일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9월20일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오며 “어떤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며 “어찌 보면 하나도 없는 백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평양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하며 한 달가량 대북사업 계획을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사업은 최 회장의 지론인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사업이다. 따라서 이번 CEO 세미나는 최 회장이 SK그룹 각 계열사 CEO들과 대북사업 전략을 논의하기에 적합한 자리라는 말이 나온다.
국내 유일의 조림기업인 SK임업은 남북경협을 선제적으로 주도할 기업으로 꼽힌다. 산림녹화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예외조건인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사업’으로 분류돼 남북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의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면서 수익을 내는 것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최근 25년 동안 산림의 40%가 사라져 산림 복구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림사업은 고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는 차원에서 애착을 품고 추진했던 일로 SK그룹에는 선대 회장이 시작한 공익사업의 범위를 북녘 땅으로 넓힌다는 상징적 의미도 지닌다.
SK텔레콤과 SK건설이 북한의 열악한 통신, 건설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다. 북한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함과 동시에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 9월18일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양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 회장은 이번 CEO 세미나에서 계열사별로 대북사업을 구체화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건설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할 역량을 갖춘 계열사의 움직임이 바빠질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이미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양한 대북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SK그룹이 대북사업을 구체화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본격적 남북경협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길이 열리면 좀 더 고민해보겠다”며 단서를 단 것도 유엔의 대북 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CEO 세미나에서 어떤 화두를 던질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사회적 가치를 더 발전시키는 방안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