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10-12 1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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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주가 자체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명실상부한 사업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자체사업을 육성해 배당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현대중공업지주는 유일한 자체사업인 로봇사업 확장에 분주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10일에서 13일까지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로보월드'에서 자체개발한 협동로봇과 다관절 소형로봇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동안 대형 및 중형로봇이 주력이었는데 이번에 선보인 소형로봇 ‘HH7’을 통해 제품 라인업을 넓혔다. 소형로봇은 반도체처럼 작은 제품을 다루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협동로봇인 ‘YL012’ 모델은 아직 프로토타입(시제품)이지만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을 가늠해 후속 제품 출시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용 로봇 수요가 높은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9월 말 중국 로봇업체인 '하궁즈넝'과 산업용 로봇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합자회사를 통해 2019년 상반기까지 산업용 로봇을 연간 최대 2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짓고 중국 다른 지역이나 개발도상국으로도 수출 확대를 노린다.
5월에도 네이버 기술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와 서비스 로봇의 개발 및 생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어 대구 공장에 별도의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이런 움직임은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코스피 입성을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로봇사업을 하는 사업형 지주사지만 사실상 매출 대부분을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에 기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이 회사 매출의 77.4%를 현대오일뱅크가 벌어들였다. 자체사업인 로봇사업은 글로벌 제조용 로봇시장에서 점유율 6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현대오일뱅크가 상장하고 나면 투자자들이 굳이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에 직접 투자하면 된다는 것이다. 간접투자 효과가 사라지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금 흐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91.1% 차지하고 있는데 상장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지주가 구주매출 비중을 어느 정도로 결정하는지에 따라 향후 배당수익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지주는 1분기에 영업이익 3176억 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3100억 원가량이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투자자들 관심을 빼앗아가더라도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아 현대중공업지주가 투자 대안이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도 “어찌됐든 현대중공업지주로서는 '노른자'가 빠져나가는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끌어올 다른 유인을 보일 수 있을 지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금융감독원 회계감리로 공모 일정이 지연됐지만 최근 경징계로 가닥이 잡히면서 상장 절차를 곧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