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e커머스사업본부가 조만간 신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롯데월드타워로 자리를 옮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11일 오전 이사회가 열려 e커머스사업본부를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로 옮기는 안건을 의결했다”며 “구체적 이사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올해 11월1일부터 2037년 2월 초까지 롯데월드타워를 임대하기로 계약맺은 만큼 조만간 e커머스사업본부의 이전 시기가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는 현재 1천여 명 정도로 구성돼 있는데 400여 명의 IT(정보통신기술) 관련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지역에는 이 정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롯데월드타워로 옮긴다는 것이다.
이 밖에 e커머스사업본부가 유통 계열사 직원과 협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통의 요지에 있어야 한다는 점, 롯데쇼핑이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도 이사 배경으로 꼽혔다.
신 회장이 집무실 근처에 e커머스사업본부를 두고 직접 사업에 힘을 실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롯데쇼핑은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 강희태 롯데쇼핑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신 회장과 윤종민 롯데지주 HR혁신실 실장 사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사진이 직접 롯데월드타워의 부동산 임차를 의결해 의미가 깊다.
e커머스사업본부는 올해 들어 대규모 투자와 채용계획을 잇달아 발표해왔다.
강 사장은 올해 5월 롯데그룹의 통합온라인몰에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신세계를 앞서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7월에는 IT 관련 인재를 400여 명 채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신 회장이 올해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과 투자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는데 롯데케미칼 등 다른 계열사들은 신 회장이 법정구속으로 자리를 비운 동안 투자계획이 멈췄는데 e커머스사업본부만 흔들림없이 사업계획을 추진해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e커머스사업본부는 신 회장의 부재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사업을 주진해왔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그만큼 e커머스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 롯데월드타워 이미지.
e커머스사업본부가 신선식품시장을 잡기 위해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쇼핑의 롯데마트는 현재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잡지 못해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롯데마트 등 할인점사업은 국내에서 가장 서둘러 경쟁력이 회복돼야 할 사업으로 꼽혔지만 회복 속도가 더디다”며 “식품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인데 롯데쇼핑이 국내 할인점사업에서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려면 온라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현재 신선식품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은 닦아뒀다. 롯데쇼핑은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11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롯데마트 신선품질혁신센터 견학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충청북도 증평에 있는 신선품질혁신센터는 2018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는데 축산물,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며 롯데마트가 이 센터를 통해 제품을 직접 들여와 검품, 선별, 가공, 포장판매까지 진행한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신선식품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대형 유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이런 관점에서 롯데쇼핑의 신선품질혁신센터의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신선품질혁신센터를 발판으로 e커머스사업본부 등 온라인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