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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리스 화장품 2세' 조윤호, 스킨푸드 창업 14년 만에 날릴 위기

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 2018-10-10 16: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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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리스 화장품 2세' 조윤호, 스킨푸드 창업 14년 만에 날릴 위기
▲ 트위터 이용자 '낙쿨'이 9일 올린 스킨푸드 매장의 매대.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짧지만 강렬한 이 문구는 조윤호 대표이사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화장품사업을 일으키는 돌풍의 원동력이었다. 

스킨푸드는 2004년 설립돼 2010년 화장품브랜드숍 가운데 매출 3위 기업으로 발돋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스킨푸드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8일 신청하고 법원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조 대표가 회사를 일으킨 지 14년 만에 기업의 생사가 법원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스킨푸드는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을 고려하면 계속 기업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번 기업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인가되면 유동성을 확보해 사업을 정상화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킨푸드는 협력업체 납품대금 20억 원과 29억 원가량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게 됐다. 

조 대표는 1957년 피어리스를 세운 조중민 회장의 장남이다. 피어리스는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2000년 최종 부도처리됐다.

하지만 조 대표는 스킨푸드 제품에 ‘since 1957년'이라고 써넣으며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는 데 자부심과 재건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스킨푸드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처음으로 감사를 받았던 2007년 매출 782억 원을 냈지만 2012년에는 매출 규모가 1850억 원으로 불어나며 승승장구했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당시 “‘푸드 코스메틱’이라는 독보적 콘셉트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며 “처음부터 거품을 뺀 채 가격을 책정해 함부로 할인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면서 충성 고객층이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킨푸드의 성장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4년부터는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52억 원을 내며 곤두박질하더니 지난해까지도 적자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고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따른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을 겪었다”며 “여기에 할인하지 않는다는 판매정책을 고수한 점과 온라인 유통채널의 부족 등으로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이 누적됐다”고 말했다. 

스킨푸드는 토니모리, 미샤, 에뛰드하우스 등과 함께 2000년대 원브랜드샵 전성시대를 연 대표적 기업이다. 이들은 낮은 가격과 고품질을 내세우며 기반을 닦았고 2010년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중국 보따리상이 한국으로 밀려들면서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피어리스 화장품 2세' 조윤호, 스킨푸드 창업 14년 만에 날릴 위기
▲ 스킨푸드 로고.

하지만 2015년 전염병 메르스가 퍼지고 2016년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경제적 보복을 가하며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은 탓에 스킨푸드는 타격을 받았다.

스킨푸드가 다른 화장품회사와 달리 ‘세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 점도 경쟁에서 뒤처진 요인으로 꼽힌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샵시장의 경쟁 심화로 중저가라는 가격정책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져 원브랜드샵들이 게릴라성 할인정책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폈다”며 “소비자들이 할인기간이 아닐 때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기피할 정도”라고 말했다.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원브랜드 화장품샵은 SNS에서 ‘연쇄 할인마’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열한 할인 경쟁을 펼쳤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원브랜드 화장품샵 제품은 할인할 때 사야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상황에서 스킨푸드가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는 말이다. 

스킨푸드가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를 개시를 신청하면서 업계에는 폐업설까지 돌고 있다. 

스킨푸드는 2017년 말 기준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69억 원 많은 상황이며 부채비율이 781%까지 치솟았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해외사업권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며 “해외 19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일본 인기 패션뷰티 쇼핑몰에 입점했고 미국에서 사업도 호조를 보이는 만큼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폐업설이 퍼지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낙쿨’은 “스킨푸드에 갔는데 진짜 재고 판매를 하고 있다. 몇 번 사용하지 않은 테스트 제품도 팜”이라며 사진을 함께 올렸고 ‘돌돌’은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서 인기 제품이 입고되지 않지만 재고는 판매된다”고 말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스킨푸드 본사가 9월에 투자를 받아 경영을 정상화한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했지만 조 대표가 아무런 말도 없이 제품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스킨푸드 점포 폐점 수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킨푸드의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제보는 올해 상반기부터 잇달았는데 본사가 기업 회생절차 개시까지 신청하면서 폐업설에 더욱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폐업설은 사실무근”이라며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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