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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 |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화장품 유행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시장에서 금방 도태된다. 하지만 이른바 ‘히트상품’을 하나라도 내놓으면 브랜드 전체가 살아나기도 한다.
중저가 화장품 1세대인 미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냈다. 미샤는 국내 핵심상권에서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토니모리와 네이처리퍼블릭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신제품을 내놓고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 서영필, 미샤의 반전 이뤄낼까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영업이익 6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49%나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매출도 4383억 원으로 전년보다 0.93% 줄었다.
그러나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흑자가 늘면서 상반기 적자를 상쇄하고 연간 손익을 흑자로 전환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고비용 점포를 정리하는 등 체질개선 작업을 완료해 올해 더 좋은 경영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지하철 5~8호선 안에 운영하고 있는 29개 매장의 영업을 접기로 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008년부터 지하철 매장을 마케팅 전략의 중심에 뒀으나 이제 경영 효율화를 위해 매장을 줄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서울 명동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 이른바 핵심상권에서도 매장을 철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003년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인 미샤를 처음 내놓으며 화장품업계 판도를 바꿨다. 당시 저가 화장품으로 '3300원 신화'를 만들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샤는 저가 전략만으로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또 미샤는 수입 고가브랜드를 따라하는 ‘미투 제품’으로 성장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2012년 ‘보라색병 앰플’을 출시한 뒤 이렇다 할 히트상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국내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독일 바이에른주 잉골슈타트에 1호점을 열었다. 서유럽지역에 국내 중저가 화장품이 매장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비비크림’을 앞세워 독일시장을 공략한 뒤 주변 유럽국가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저가 화장품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중저가 화장품회사들이 올해 기존 진출 국가의 영업확대뿐 아니라 신규국가 진출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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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왼쪽)이 2013년 11월 공장을 방문한 당시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 배해동, 토니모리 해외진출에서 자신감 얻나
토니모리가 배해동 회장 체제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호종환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 사임했다.
호 사장은 취임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호 사장이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인 ‘에뛰드’를 급성장시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호 사장이 토니모리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호 사장이 돌연 물러나면서 토니모리는 최근 2년 사이에 대표이사가 네 번이나 바뀌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토니모리는 2013년 9월 김중천 사장에 이어 삼성테스코 출신 정의훈 사장을 영입했으나 그는 8개월 만에 사임했다. 그뒤 영입한 아모레퍼시픽 출신 오세한 사장도 7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를 놓고 오너인 배 회장과 전문경영인 사장 사이에 회사 경영을 놓고 견해차이가 심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호 사장은 개인적 사유로 사임했다”며 “앞으로 외부 영입보다 내부에서 인재를 양성해 회사 고유의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다음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배 회장은 토니모리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10월 KDB대우증권을 주관사로 정하고 상장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신설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토니모리는 러시아 진출을 통해 해외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중심지인 페테르부르크의 대형쇼핑몰 '라두가'에 매장을 열었다. 러시아에서만 벌써 21번째 매장을 연 것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라두가 매장 오픈 당일에만 1만8천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며 “러시아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신규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토니모리가 흥행하고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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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처리퍼블릭 전속모델인 아이돌그룹 '엑소(EXO)'가 지난달 31일 서울 신촌거리에서 팬사인회를 열고 있다. |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상장 올해 성공할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도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를 통해 해외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오는 8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정하고 이르면 11월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의 히트상품은 ‘알로에 수딩젤’이다. 이 제품은 여름철에 판매가 급증한다. 정 회장은 올해 이 실적을 바탕으로 연말에 기분좋게 상장을 하려고 한다.
정 회장은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을 수년 전부터 계획했다. 그러나 네이처리퍼블릭이 2012년을 기점으로 영업손실이 계속되면서 정 회장은 상장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2년 영업손실 43억 원, 2013년 영업손실 4억여 원을 냈다. 정 회장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매장을 확대하면서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매출 2천억 원과 영업이익 300억 원대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지난해 흑자가 예상되면서 상장조건을 맞추는 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100%를 사들이며 중저가 화장품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는 2003년 더페이스샵을 창업해 전국에 브랜드숍 열풍을 일으킨 뒤 2년여 만에 LG생활건강에 팔아 막대한 현금을 손에 넣었다.
정 회장은 더페이스샵의 성공을 이끈 이력 덕분에 2012년 KTB PE와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5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하반기에 중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진출한다.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홍콩에 먼저 매장을 열고 중국 온라인몰에도 입점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류 아이돌그룹 ‘엑소’를 전속모델로 내세워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이와 함께 남성화장품을 연령별로 3가지 제품군으로 나눠 선보이는 등 남성화장품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한국 남성화장품 시장이 글로벌 화장품회사들의 주요 전략지로 주목받고 있을 정도로 성장성이 크다”며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남성화장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