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유가 100달러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해양플랜트 발주는 아직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브렌트유는 28일 배럴당 82.72달러에 거래되면서 4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고 두바이유는 77.25달러로 1년 전보다 40% 이상 뛰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73.25달러까지 올랐다. 1년 전만 해도 50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는데 회복세가 꾸준하다.
미국이 11월부터 이란산 원유의 수입 제한정책을 시행하면 글로벌 원유 공급이 줄어 유가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글로벌 원유시장은 공급량이 1%만 줄어도 시장이 출렁인다.
유가 상승은 해양플랜트시장에 호재다. 해양플랜트는 해저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 등을 탐사하고 추출하는 설비인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넘어야 수지가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는 여전히 시름이 깊다. 유가가 올라도 셰일가스 생산만 늘고 멕시코만 등의 해양 에너지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해양산업은 셰일가스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며 유가가 오를 때마다 해양플랜트 발주를 놓고 기대가 나오지만 말 그대로 기대감으로만 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의 흐름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2015년 이후 국제유가는 34%가량 높아졌지만 대표적 해양설비업체인 미국계NOV(National Oilwell Varco)와 프랑스 테크닙(Technip) 주가는 각각 34.5%와 32.9%씩 하락했다.
해양플랜트는 2010년대 초만 해도 고유가 붐을 타고 조선업게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았지만 유가가 떨어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조선3사는 1년이 넘도록 신규 해양플랜트 수주를 따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일감이 떨어져 해양사업을 완전히 중단했고 대우조선해양도 2014년 카자흐스탄에서 3조 원 규모의 TCO 프로젝트를 따낸 이후로 신규 주주가 없다. 삼성중공업은 3사 가운데 해양사업 사정이 가장 낫긴 하지만 지난해 6월 ‘코랄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 수주가 마지막이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로즈뱅크 해양설비, 삼성중공업은 릴라이언스 해양설비 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수주를 따내더라도 '짧은 단비'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양플랜트시장이 워낙 쪼그라든 데다 그나마 나오는 일감들은 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싱가포르 조선소들이 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은 국내 조선사들보다 20% 가까이 낮은 입찰 가격을 적어내고 요한 카스트버그 해양설비 프로젝트를 따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에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이 기대되지만 수주잔고가 부족한 빅3 사이의 경쟁에 신규 진입자들의 도전도 거세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