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두고 직선제를 요구하는 단체들이 기득권 세력으로 자승 전 총무원장을 꼽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 조계종의 제36대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져 원행 스님이 당선됐다. 하지만 조계종 내부의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자승 전 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그동안 총무원장 선거를 놓고 직선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간선제로 할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김영국 불교개혁행동 상임대표는 27일 JTBC와 인터뷰에서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 총무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작금의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권력승들의 대표로 불리는 자승 전 총무원장의 낙점에 좌우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26일에는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 가운데 혜총, 정우, 일면 스님 3명이 간선제로 이뤄지는 선거의 불공정을 이유로 공동 사퇴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이권만 있으면 불교는 안중에도 없는 기존 정치세력 앞에 종단의 변화를 염원하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통감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계종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은 "총무원장 후보들이 분명한 이유와 명분도 없이 실체도 없는 기득권을 운운하며 후보를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법과 원칙에 따라 치러져야 하며 모든 종도들은 그 결과에 겸허히 따라야 한다" 말했다.
현재 총무원장 선거는 간접선거로 치러지는데 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본사별로 각각 10명씩 투표권을 보유하게 돼 모두 321명이 선거인단을 구성하게 된다.
불교계에 따르면 선거인단 수가 적기 때문에 종단의 각 계파에 해당하는 종책모임이 정당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현재 조계종에서 가장 큰 종책모임은 ‘불교광장’이라고 한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과거 화엄회, 무량회, 금강회, 법화회 등으로 분열돼 있던 종책모임의 상당수를 ‘불교광장’으로 통합했다. 불교저널에 따르면 자승 전 총무원장이 2009년 총무원장에 당선될 때 중앙종회의 4개 종책모임의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불교광장은 종회 의원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조계종의 중앙종회는 입법권을 지닌 곳으로 종회 의원들이 종헌과 종법을 개정하는 것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런 구조적 상황 때문에 자승 전 총무원장이 배후에서 계속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자승 전 총무원장도 과거 총무원장 재선을 앞두고 직선제를 공약했었다. 그는 2017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제도와 관련해 “다수 대중의 뜻을 존중하겠다며”며 “후유증을 줄이고 대중이 화합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라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직선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제33대와 제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면서 종단의 대표적 사판(행정승)으로 꼽힌다. 1954년 4월 춘천에서 태어났다. 은사는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암 정대 스님이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총무원장이 되기까지 종단의 요직을 하나씩 밟아왔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맡았고 규정국장을 역임했다. 1992년 10대 중앙 종회의원이 되면서 조계종 입법기관의 일원이 됐다.
1996년 11대 중앙종회에서는 종회 사무처장을 지내며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12대부터 14대까지 중앙종회의원을 지냈고 14대 중앙종회에서는 전반기 의장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은사인 월암 정대 스님이 설립한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