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AJ렌터카 인수가 렌탈사업의 강화뿐 아니라 차량공유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량공유사업은 일반적으로 차량 소유주와 대여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차량 렌탈과 구분된다.
하지만 쏘카 등과 같은 국내 차량공유회사들도 차량을 구입해 개별 소비자에게 대여해 주고 있어 사실상 차이가 크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쏘카와 같은 차량공유기업들이 현재 대여 방식에서 시간을 늘리면 렌터카 사업자들과 다를 바 없다”며 “차량공유가 ‘시간제 렌터카 서비스’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렌터카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은 ‘그린카’를 통해 차량공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SK네트웍스는 그동안 차량호출, 차량공유 등 공유경제시장에서 경쟁사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AJ렌터카를 인수함으로써 차량공유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J렌터카는 최근 ‘빌리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며 차량공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6월에는 차량공유회사 링커블 지분 58.5%를 인수하기도 했다. 링커블은 주거 공간과 공유 오피스 등에 차량공유 서비스 ‘네이비’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4천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차량공유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업계 1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SK네트웍스와 AJ렌터카가 보유한 렌터카는 모두 17만2천 대다. 이 가운데 단기 렌터카와 계약 만료를 앞둔 중기 렌터카는 2만 대가 넘는데 이 물량을 차량공유사업에 투입하면 보유차량 측면에서 단숨에 1위 차량공유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차량공유 1위인 쏘카는 보유 차량이 1만 대, 2위인 그린카는 7천 대에 그친다.
최 회장이 렌탈과 차량공유가 결합된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자동차를 소유하는 제3의 방식으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 떠오르고 있다. 서브스크립션은 월 정액 요금을 내면 차종을 마음대로 바꿔 탈 수 있고 이용 기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차량공유 서비스다.
▲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광고.
서브스크립션은 중간에 차종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렌탈의 단점을 보완했다. 또 단조로운 단기 차량공유에서 벗어나 고객의 차량 대여 기간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최 회장이 올해 초 “SK네트웍스의 성장을 위해 사업모델을 더욱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만큼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의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쏘카 지분 28%를 확보하고 있고 올해 1월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차량공유사업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자율주행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차량공유는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먼저 대규모로 적용될 분야로 꼽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연말까지 AJ렌터카 인수가 마무리되면 차량공유 등에서 구체적 사업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그룹 차원에서도 이동수단(모빌리티)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