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여성 취업 준비생들에게 가장 선망하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입사한 직원들 가운데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보니 중도에 그만두는 사원도 꽤 많이 나온다.
◆ 취업준비생들은 CJ그룹을 선망한다
26일 CJ그룹에 따르면 이번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CJ그룹은 CJ제일제당 등 계열사를 합쳐 500명 가량을 뽑는다. CJ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500명, 하반기에 500명 등 모두 1천 명을 선발할 계획을 세워뒀다.
올해 하반기 CJ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의 서류 접수는 17일 마감됐다.
CJ그룹의 서류전형은 이른바 ‘스펙’ 이라고 출신학교와 학점, 어학성적 등 불필요한 정보를 기재하기 않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유명하다. 서류전형 합격자들은 인성검사와 테스트 전형, 면접을 거치고 12월 초에 최종 합격자가 결정된다.
CJ그룹은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으로 꼽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해 전국 대학생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기업 선호도 조사에서 CJ그룹은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혔다.
특히 CJ그룹 취업을 향한 여성들의 선호도는 압도적으로 1위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CJ그룹은 남자 대학생들 선호기업 순위에서 5위(3.3%)를 보였지만 여자 대학생들 사이에는 네이버(7.3%)를 제치고 1위(9.8%)를 차지했다.
다른 조사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CJ그룹은 여성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직장이고 남성들의 선호도 역시 상당히 높다.
CJ그룹은 문화 콘텐츠 대표 기업으로 유행에 민감하고 생활에 밀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들을 여럿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문화 역시 문화기업을 표방하듯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울 것이란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퍼져있다.
복지가 좋다는 인식도 핵심 이유다. 특히 CJ그룹은 임직원 복지카드가 각종 할인 혜택으로 유명하기에 여성 구직자들이 이 할인 혜택을 바라고 CJ그룹 취업을 선호한다는 시선도 많다.
CJ그룹 임직원에게 제공되는 카드는 CJ그룹이 운영하는 카페(투썸플레이스), 영화관(CG CGV), 외식업체(계절밥상, 빕스홈쇼핑, 차이나팩토리, 제일제면소 등), 생활용품점(올리브영) 등에서 최대 40%에 이르는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CJ그룹 임직원 카드의 모든 할인 혜택은 다른 할인 혜택과 중복해 할인도 된다.
CJ그룹이 기존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된 요소다.
직급을 막론하고 이름에 ‘님’을 붙여서 부른다. 최근 여러 대기업들에서도 비슷한 문화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CJ그룹은 다른 대기업들보다 훨씬 앞서서 ‘님’ 문화를 시작했다.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휴가도 비교적 마음껏 쓸 수 있고 회사에서도 휴가를 적극 권장한다.
◆ CJ그룹에 입사하면 밖에서 보는 것과 같을까
CJ그룹은 2010년부터 서류전형 평가를 자기소개서만으로 하고 있고 글로벌 전형을 제외하고는 어학 성적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CJ그룹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보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서류 합격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
CJ그룹은 올해부터 인공지능(AI)기술을 도입해 중복되는 내용이 있는 자기소개서를 걸러내겠다고도 밝혔다.
CJ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CJ그룹에 취업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직무역량이다.
지원한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해야 서류 심사에서도, 면접에서도 합격할 수 있다.
CJ그룹은 1차 면접에서 인사담당자가 아니라 실무진이 직접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한다. 계열사에 따라 같은 직무더라도 업무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의 ‘디테일’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지원자가 관련 업무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고 문제를 얼마나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취업의 당락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CJ그룹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회사에 실망하고 퇴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CJ그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CJ그룹은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연봉이 다른 대기업들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CJ그룹은 초봉이 3천만 원대 중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직원 할인카드가 있기 때문에 소비면에서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는 있지만 범위는 제한적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가 좋다보니까 이른바 ‘오버 스펙’을 지닌 신입사원들이 많이 지원하고 입사한다”며 “다른 기업에 들어가면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CJ그룹에서 일하고 싶어 하기에 본인들이 연봉 차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가운데 CJENM의 방송부문(합병전 CJE&M)만은 연봉이 다른 CJ그룹 계열사보다 비교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합병전 CJE&M은 대학생들이 뽑는 선호 직장에 항상 1순위로 꼽혔다.
CJ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CJ그룹 직장문화에 높은 기대를 품었다가 입사 이후 실망하고 퇴사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겉에서 보기에는 이미지가 좋더라도 CJ그룹도 결국 대기업이어서 직장문화에 불만을 느끼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CJ그룹 관계자는 “CJ그룹도 기업이고 하고 있는 업종과 사업 특성상 처음에는 밑바닥부터 굴러야 하는데 오버 스펙을 지닌 신입사원들이 이 부분에 실망해 이직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신입사원이 내부 승진으로 임원이 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꼽힌다. CJ그룹은 외부에서 임원을 영입해 변화를 모색하는 인사가 잦은 편이다.
이를 놓고 CJ그룹에서 외부에서 영입된 CEO와 내부 출신 조직원들의 조화를 바람직한 인사모델로 평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