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오염 배출 기준 강화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김 사장은 2020년부터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의 규제 강화를 앞두고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다양하게 갖추는 한편 저유황 연료유를 사용할 수 없는 선박들을 겨냥한 배기가스 정화장치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려 한다.
2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김 사장이 20일 추석연휴를 앞두고 울산 생산공장 기지를 방문해서 가장 먼저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을 찾았다.
김 사장은 공사 현장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마쳐줄 것을 당부했다. 규제가 2020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규제 초반의 수요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춰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SOx) 배출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황 함유량이 0.1%인 저유황 연료유는 고유황 연료유보다 가격이 최대 50% 정도 비싸다.
규제가 시행되는 2020년 이후에는 두 연료의 가격차이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춰 놓은 정유사가 앞으로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저유황 연료유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1조 원을 베팅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저유황 연료유를 만드는 생산설비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로 2020년부터 해마다 24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사장은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을 위해 또 다른 카드도 마련해뒀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2010년부터 대형 선박에서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생산량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한다. 파이프를 통해 유조선에 반제품을 투입해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하는 방식(해상벙커링)이다.
육지에서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한 뒤 선박에 실어 나르는 것보다 바다에서 생산해 바로 선박에 싣는 것이 수송비나 보관비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만큼 해상벙커링 방식은 획기적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소량이지만 현재도 해상벙커링을 통해 저유황 연료유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저유황 연료유의 수요가 늘어나면 곧바로 투입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 사장은 투자금 부담으로 저유황 연료유가 쓰이는 선박을 살 수 없는 선주들을 겨냥해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 장치) 설치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이후에도 적지 않은 선박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기존의 고유황 연료유용 선박을 쓰면서 정화장치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운항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고유황 연료유를 사용하는 선박에 정화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SK이노베이션이 스크러버 사업까지 진출한다면 국제해사기구의 규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고유황 연료유용 선박은 2020년부터 정화장치를 설치하거나 고철로 팔아넘길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노후화된 선박들의 수요까지 잡기 위해 정화장치 설치사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