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에 대해서 세계 어디서든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는 월드워런티 제도를 개편했다. TV패널에 대해 이전보다 A/S 기간을 줄였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소비자가전 사업을 글로벌 1위에 올려놓고 싶다”고 말한 것에 역행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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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뉴시스> |
삼성전자는 어디에서 구매했든지 관계없이 자사 TV에 대해 제품은 1년, 패널은 2년간 무상으로 A/S를 해 주었다. 그러나 지난달 초부터 제품 1년, 패널 1년으로 무상보증기간을 변경했다. 패널이 TV의 가장 핵심부품이므로 실질적으로 무상보증기간이 축소된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월드워런티를 폐지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해외 구매 고객과 국내 고객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인데 석연치 않다. 저렴한 가격에 해외 직구(직접구매) 고객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근 해외 직구가 급증하면서 정부도 관세법 개정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해외 직구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품목이 TV다. 해외와 국내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 아마존에서는 65인치 삼성전자 스마트LED TV를 1797 달러(약 190만 원)에 팔고 있다. 국내에서 65인치 삼성전자 스마트LED TV는 400만 원 안팎이다. 배송료와 관세를 포함해도 해외 직구가 더 저렴하다.
지난해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주문받은 50인치 이상 대형 TV 배송대행 건수가 3천 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제품 비중이 무려 95%다. LG전자는 3%에 불과했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은 미국 최대의 할인판매 기간으로 추수감사절 이후 금요일부터 연말까지다.
삼성전자 제품이 해외 직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월드워런티가 크게 작용했다. LG전자는 노트북PC에 대해서만 1년 무상보증을 제공하지만 삼성은 TV, 노트북, 카메라 등 가전에 1년 무상보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삼성전자가 월드워런티 제도를 손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월드워런티 제도가 삼성전자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한 것은 사실이다. 월드워런티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매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는 TV 부문에서 8년 연속 글로벌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의 윤부근 사장은 3월11일 제18회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을 받았다. 윤 사장은 이 자리에서 TV 8년 연속 글로벌 시장 1위 달성 이후 새로운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윤 사장은 “소비자가전 사업도 글로벌 1위에 올려놓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