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열관리 시스템 납품기업으로 축적된 경험을 지니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대규모 전기차 생산계획은 앞으로 한온시스템의 신규 수주 급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온시스템은 공조 시스템(차량의 난방과 환기, 냉방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자동차용 에어컨과 히터 시스템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공조 시스템은 차량의 편의장치라는 성격이 강했지만 점차 부품의 전기장비(전장)화가 이뤄지면서 전기장비의 발열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 경쟁력을 가늠하는 대표적 기준인 주행거리를 놓고 볼 때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공조 시스템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 연구원은 “전기차에서는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올해 배터리기업의 신규 수주 급증 소식이 크게 부각됐는데 다음 단계로 공조 시스템을 담당하는 한온시스템의 신규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영 사장은 최근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한온시스템의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최근 포르투갈 파멜라시에 전동 컴프레서를 생산하는 제2공장의 착공식을 열었다. 과거 이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다가 자동차시장의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오히려 새 공장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사장은 포르투갈 제2공장 착공식에서 "전동 컴프레서 수주량이 최근 급증함에 따라 공장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며 "한온시스템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핵심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프레서는 저온저압의 냉매를 압축해 고온고압의 가스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에어컨 핵심 부품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 힘을 이용해 컴프레서를 구동했는데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전기 힘으로 움직이는 전동 컴프레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사장은 내년 2월에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2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동 컴프레서 물량은 현재 연간 30만 대 수준에서 최대 16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시장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고객기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최근 해외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NDR)에서 2017년 기준으로 매출 가운데 절반가량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서, 20%가량을 포드에서 냈는데 앞으로 5년 뒤에는 현대차그룹과 포드 의존도를 각각 36%, 16%까지 줄이고 주요 거래기업도 기존 3곳에서 7곳 정도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온시스템은 점차 상위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굳건해지는 공조 시스템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일감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겨나는 완성차업계와 달리 공조와 섀시, 램프 등 자동차용 시스템 부품 제조업계는 인수합병을 통해 점차 상위 기업 주도로 흘러가는 과점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이 이미 글로벌 공조 시스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조 시스템시장 과점화에 따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다.
한온시스템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온시스템의 글로벌 열 관리 시스템시장 점유율은 약 12%다. 일본 자동차기업 토요타의 부품 계열사인 덴소(22%)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다.
유럽 기업인 발레오와 말레 등도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해 경쟁하고 있지만 한온시스템이 기술력 등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임 연구원은 “여름철 기온이 아시아와 비교해 낮은 유럽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냉방 시스템을 놓고 유럽 공조기업의 기술 축적은 아시아기업에 뒤처진다”고 바라봤다.
한온시스템은 2013년에 미국 부품기업 비스테온의 공조사업부문을, 2015년 미국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의 열관리·배기사업부문을 인수해 공조 시스템 분야의 경쟁력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