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안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우유철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안전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약속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현대제철 당진·순천공장과 순천단조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1일부터 12일 오전까지 32시간 동안 첫 공동파업을 벌였다.
2013년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된 이후 최대 규모의 전면 총파업이다.
이들은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차별 문제의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홍승완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현대제철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죽음의 공장”이라며 “2005년부터 지금까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위험의 외주화 논란에 시달려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33명이며 이 가운데 27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2013~2015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8월 말에도 당진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심정지로 사망한 채 발견돼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우 부회장은 현대제철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만큼 이런 논란에 책임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는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총괄한 주역으로 꼽힌다. 2004년 현대제철 전무를 시작으로 기술연구소 소장등을 거쳐 2010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우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산업 재해 방지를 위해 많은 투자를 했지만 최근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며 "‘영구 무사고 사업장’을 목표로 향후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숙제를 풀지 못한 셈이다.
더욱이 5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CO2) 유출로 협력업체 직원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사내하청 문제와 관련해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업종이 다르기는 하지만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다단계 하도급은 노동자 재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만 추구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현재 불법파견과 관련해 2건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당진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6년 2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불법파견 단일소송 인원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700여 명이 참여했으며 내년 1월경 1심이 선고된다.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전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제철이 당진공장 불법파견 판결을 앞두고 불리한 증거들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노조원을 사찰한 정황 등이 담긴 문건 4천여 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문건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하청업체에 직접 업무를 지시하고 재무제표 제출을 요구하는 등 경영에 개입했으면서도 불법파견을 숨기고 축소하려고 한 정황이 담겼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조선·철강·자동차·석유화학·전자 등 5개 업종에서 근로자 40만 명을 조사한 결과 근로자 1만명당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인원은 사내 하청업체가 0.39명으로 원청 0.05명의 8배 수준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