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는 올해 상반기 사업 구조상 매출 인식이 지연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완제기 수출 확대와 차세대 전투기 양산 본격화에 따라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하반기 실적 개선을 견인할 핵심은 경전투기 FA-50(사진)과 한국형 전투기 KF-21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매년 하반기, 특히 4분기에 방산과 항공기 사업의 매출이 집중된다.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을 견인할 핵심 제품으로 경전투기 FA-50과 한국형 전투기 KF-21이 부각되고 있다.
FA-50은 최근 잇단 수출 계약 체결과 무장 업그레이드로 ‘가성비 전투기’로 자리매김하며 폴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대형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폴란드형 경전투기 모델인 FA-50PL은 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AESA), 타게팅포드(EOTGP), 사이드와인더 미사일(AIM-9) 등 첨단 무장을 탑재한 고사양 모델이다.
FA-50PL의 대당 가격은 약 6380만 달러(약 870억 원)로 추정되는데, 폴란드가 도입하는 또 다른 전투기 F-16V(대당 8500만 달러 이상), F-35A(대당 1억 달러 이상) 등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FA-50PL은 동유럽과 남중국해 국가들로 추가 수출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말레이시아에는 경전투기 모델 FA-50M이 기본 18대, 옵션 18대를 포함해 모두 36대의 납품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필리핀 국방부와 9753억 원 규모의 필리핀형 경전투기 모델 FA-50PH 12대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수출 확대에 힘입어 KAI는 2025년 하반기 21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4년 하반기보다 2.4배 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차세대 전투기 KF-21 양산에 돌입했으며, 2032년까지 120대를 대한민국 공군에 공급하게 된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회사는 2분기에 실적 성장은 더뎠으나 필리핀 FA-50 12대와 국내 KF-21 블록1 20대, 기체부품 1394억 원 등 대규모 수주를 실현했다”며 “파리에어쇼에서 작전 성능이 강화된 FA-50PL 소개해 동유럽 고객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차세대 전투기 KF-21(사진)은 작년 7월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했으며, 2032년까지 120대가 대한민국 공군에 전량 공급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북미 진출도 노리고 있다.
현재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국 해군의 차세대 훈련기 사업(UJTS) 입찰을 노리고 있다. 2025년 말 발송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안요청서(RFP)에 대응하고 있으며, 경쟁 기종으로는 보잉사브의 T-7이 거론된다.
미국 국방부 조달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KAI 제품이 채택된다면 기술력과 신뢰도를 국제 시장에서 공식 인증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AI 관계자는 “록히드마틴과 협력 확대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동맹국에 기존 훈련기와 전투기 시장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록히드마틴과 고정익, 회전익, 유무인 복합체계,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체계, 무인기 등 항공우주산업에서 지속가능한 역량 확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방상호조달협정(RDP-A)가 한미 간 체결되지 않아, 실제 계약 전까지 체결이 필요한 상태”라며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은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