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현지화된 서비스,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구글홈에 맞설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구글이 한국에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을 출시하면서 강력한 제휴 카드를 들고 나왔다.
▲ 구글홈.
구글홈은 미국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후발주자였지만 단숨에 업계 1위 아마존의 에코를 따라잡았을 만큼 경쟁력을 갖춰 한국시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쟁력은 다수의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수집하느냐에 달려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 서비스를 고도화하려면 다수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용자를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단기간에 얼마나 보급률 늘리는지 여부가 결국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한국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강력한 ‘합종연횡’ 전략을 내놓은 이유다.
구글은 11일부터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과 구글홈 미니의 사전예약을 시작하고 18일 공식판매에 들어간다.
구글은 한국에서 LG전자, 경동나비엔, 한샘, 코웨이, 필립스 등 회사와 손을 잡았다. 세계로 보면 모두 225개에 이르는 사물인터넷 기기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데 앞으로 제휴처를 계속해서 늘려가기로 했다.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사업 총괄전무는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은 계속해서 ‘오픈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제휴처를 계속 늘려갈 것”이라며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을 통해 안드로이드 오토, 구글 홈 등 여러 공간에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에어컨, 공기청정기, 냉장고, 광파오븐, 로봇청소기 등 모두 8종류의 가전제품이 구글홈을 통해 조작된다. 구글은 가구회사 한샘과도 손잡았다. 한샘은 구글홈을 통해 음성으로 작동되는 음성인식 침대 ‘스마트모션 베드’를 내놓는다.
경동나비엔 보일러에서도 구글홈을 이용하면 난방이나 온수 온도조절 등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구글홈에게 “공기청정기 켜줘”라고 말하면 코웨이 공기청정기도 작동한다. 필립스 휴의 스마트조명을 이용해 불을 끄고 켤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구글은 유튜브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만큼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NHN벅스와 제휴를 통해 음원을, 넥플릭스와 함께 동영상 콘텐츠를 재생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구글은 후발주자인 만큼 음성인식 기술을 궤도에 올리기 전까지 안심하기 어려워 이용자 확보에 우선적으로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7년 8월과 같은 해 11월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와 ‘카카오미니’를 내놓은 만큼 한참 앞서가고 있다. 이미 1년 가까이 서비스를 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통해 점점 정밀한 음성인식 기술을 갖춰가고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미니의 주간 이용시간은 약 5400만 분에 이른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것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유명 캐릭터 미니언즈, 도라에몽 등을 입힌 버전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놨다. 약 300여 개에 이르는 명령어를 통해 미니언즈, 도라에몽 목소리로 대화할 수도 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미니C를 구입하면 7종류의 카카오프렌즈 피규어 가운데 하나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 도라에몽 에디션'의 모습.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미니C는 카카오톡, 멜론, 카카오T(카카오택시) 등 한국에서 친숙한 서비스와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현재 카카오미니C에서 카카오톡을 보낼 수만 있는데 앞으로 메시지를 읽어주는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여러 회사와 손잡고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7월 중국 정보통신(IT) 기기회사 샤오미와 손잡고 프렌즈 등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조명, 플러그,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 모두 4종의 샤오미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앞으로 연동 가능한 기기의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기로 했다.
카카오도 2월 사물인터넷 회사 아씨오를 인수하고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냉난방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GS건설 등과 손잡고 집 안에서 음성으로 조명, 난방, 가스 등을 끄고 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구글은 미국에서 후발주자였지만 단숨에 업계 1위 아마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는 2016년만 해도 전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시장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었는데 구글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2016년 92%에 이르던 에코 점유율은 2017년 68%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구글의 점유율은 7%에서 24%로 늘었다. 현재는 약 30%로 올라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