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반도체업체가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부하이텍이 중국업체 손에 넘어갈까 긴장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14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업체에 회사가 매각되면 기술만 유출되고 기업은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SMIC는 어떤 기업인가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가 동부하이텍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에 인수의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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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SMIC는 중국 공상은행, 건설은행 외에도 미국, 대만, 홍콩 등의 투자은행, 벤처캐피털이 출자해 2000년에 만든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위탁생산) 반도체회사다.
SMIC는 2004년 3월 뉴욕시장과 홍콩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SMIC는 연간 매출이 20억 달러 안팎이다. 그러나 2011년부터 5년 동안 12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통해 올해 매출 목표를 50억 달러로 세워놓고 있다.
SMIC는 TSMC나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프리미엄 제품을 과감히 포기하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중저가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MIC는 4G스마트폰이나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38나노미터 NAND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능력 면에서 파운드리 세계1위 업체인 TSMC와 1년 정도 격차로 따라붙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SMIC는 지난해 7월 미국 퀄컴에 28나노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공급하기로 합의하고 올해부터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SMIC는 지금까지 IBM의 제조기술을 활용해온 데서 탈피해 28나노미터 기술을 IBM과 함께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SMIC는 반도체산업 육성에 열의를 보이는 중국정부 덕분에 앞으로도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 중국업체 인수에 우려하는 이유
업계 관계자들이 SMIC의 동부하이텍 인수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시스템반도체 기술유출 문제 때문이다.
중국업체인 SMIC가 비메모리 반도체(아날로그 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을 발전을 위한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부하이텍은 UHD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전력반도체, 소비가전용칩, 이미지센서, 터치스크린칩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세계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순위 9위다.
동부하이텍이 SMIC의 손에 넘어갈 경우 아날로그 반도체 설비와 설계도, 영업네트워크 등만 중국 쪽으로 넘어가고 회사는 계속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스템반도체산업은 높은 진입장벽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동부하이텍 역시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영업과 생산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14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