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9-03 15: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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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회사 알파홀딩스가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바이오사업 강화에 나선다.
알파홀딩스는 미국 항암제 개발사 바이럴진의 2대 주주에 올랐지만 필룩스가 바이럴진 경영권을 전격 인수하는 바람에 바이오사업 추진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알파홀딩스는 반도체사업을 통해 벌어온 돈을 항암제 개발에 투자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 알파홀딩스, 바이럴진 대안 찾아 나섰나
알파홀딩스는 3일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인 온코섹에 15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 구희도 알파홀딩스 대표이사.
신주 인수 방식이며 알파홀딩스는 이번 투자로 온코섹 지분 16%가량을 취득하는데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가 된다. 알파홀딩스는 투자가 완료되면 온코섹 이사회에도 합류한다고 설명했다.
온코섹은 기존 최대주주가 넥스헤라캐피탈, 포인트72 자산운용 등 글로벌 바이오 전문 기관투자자들이다. 뱅가드그룹,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펀드 및 투자은행 등들도 주요 주주다.
온코섹은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12’를 활용한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온코섹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2b 등을 진행하고 있는 공식 파트너기업이기도 하다.
알파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온코섹 투자를 통해 최근 글로벌 바이오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인터루킨 계열 항암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하반기부터 온코섹과 협력해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파홀딩스는 바이오기업으로 변화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홀딩스의 이번 투자를 놓고 알파홀딩스가 필룩스의 바이럴진 인수로 사실상 무산됐던 항암제 개발사업의 대안을 찾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파홀딩스는 2002년 삼성전자 출신의 김기환 전 대표가 설립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알파칩스’가 전신으로 201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회사를 매각했고 국내 현직 피부과, 성형외과 의사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바이오 전문기업 프리미어바이오가 2016년에 인수해 회사이름을 알파홀딩스로 바꾸었다.
알파홀딩스는 자회사 알파바이오랩스와 함께 2016년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럴진의 지분 37.6%을 매입하며 바이오사업 강화에 뛰어들었다.
바이럴진은 대장 내 구아닐린호르몬수용체(GCC)라는 호르몬 유전자와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 바이러스를 결합한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알파홀딩스는 지분 투자와 동시에 바이럴진이 개발하고 있는 GCC면역항암제의 아시아 45개 나라 판권을 보유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알파홀딩스의 바이오사업은 2018년 초 조명회사였던 필룩스가 바이럴진 잔여지분 66.3%를 인수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알파홀딩스와 필룩스는 이후 바이럴진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였고 바이럴진은 알파홀딩스가 보유한 항암제 관련 아시아 판권 계약을 파기한다는 공문을 알파홀딩스에 보냈다.
◆ 알파홀딩스, ‘바이오와 반도체’ 양날개 갖출까
알파홀딩스는 반도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바이오사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 알파홀딩스는 알파칩스시절인 2010년 9월17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알파홀딩스는 반도체 칩 설계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시스템반도체 제품을 설계하는 팹리스회사에 지식재산권(IP) 및 개발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알파홀딩스의 반도체사업은 흑자를 내고 있다. 반도체 칩사업은 올해 2분기에 매출 273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을 냈다.
알파홀딩스는 최근 방열소재사업으로도 사업을 다각화하며 추가 현금 창출원을 마련했다. 알파홀딩스는 최근 세계 1위 전기자동차그룹인 중국 BYD에 방열소재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점차 부품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알파홀딩스는 현금 창출원을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 해왔다.
알파홀딩스는 최근 대규모 430억 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과 자사주 85억 원어치 매각을 통해 515억 원을 조달했고 8월29일 시스템반도체회사 에이디텍 지분 99.85%를 435억 원에 인수했다.
에이디텍은 적외선 통신용 수신부에 적용되는 시스템반도체인 아이알리시버(IR Receiver) 분야 세계 1위기업으로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약 45%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 175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을 내는 등 꾸준히 성장하는 알짜회사다.
알파홀딩스는 10월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바이오와 반도체라는 양대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파홀딩스는 코스닥 상장사이고 연결, 별도기준으로 2016년과 2017년에 적자를 냈기에 적자를 2년 더 지속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다음해에도 적자를 내면 상장 폐지될 우려가 있다”며 “알파홀딩스는 바이오사업에 돈이 대규모로 투자되기 전에 흑자 전환을 한 해라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