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을 재편해 나가고 있다.
태양광사업에 9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그동안 벌려 놓았던 태양광사업을 재편해 모듈 제조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태양광발전소)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화그룹은 각 단계별 모든 사업에 뛰어들며 태양광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폴리실리콘은 한화케미칼이, 셀·모듈은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가, 발전소는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에너지가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 한화그룹은 모든 태양광사업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잘 하는 분야에 더욱 힘을 싣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수직계열화체계는 약화하겠지만 태양광사업에서 수익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태양광사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한화큐셀코리아는 태양광발전소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큐셀코리아 관계자는 “한화큐셀코리아가 잘하고 있는 모듈 제조부문을 더욱 키우고 비핵심사업은 정리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소 여섯 곳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전체 발전소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이번에 매각하고 차차 나머지 발전소들도 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퍼사업에서도 철수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웨이퍼 공급업체 웅진에너지 지분 8.04%를 매입해 2대주주에 오르며 웨이퍼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은 올해 6월 보호예수기간이 끝나자마자 웅진에너지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한화케미칼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분을 털어낸 것을 두고 한화케미칼이 웨이퍼사업에 발을 뺀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태양광사업의 가장 상단에 있는 폴리실리콘 생산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그룹사에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 내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1조 원을 투자해 2013년 폴리실리콘 제조공장을 만들어냈을 때만 해도 앞으로 공장을 증설하며 폴리실리콘분야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말이 나왔지만 당시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는 연간 5만2천 톤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는 반면 한화케미칼의 생산량은 1만5천 톤에 불과하다.
반면 모듈사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과감히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태양광 모듈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과 북미, 유럽 등에서도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으며 이런 성과를 인정해 그룹 차원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미국 조지아주에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가동으로 태양광 모듈에 관세가 붙게 돼 한화큐셀코리아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문제가 생기자 아예 미국에 공장을 지어 직접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며 1620억 원이 투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