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8-08-22 16: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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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 시가총액 1위 기업’ 툴젠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테슬라 요건 상장’을 선택했다.
툴젠은 이번이 세 번째 코스닥 상장 도전인데 상장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테슬라 요건 상장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툴젠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바이오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테슬라 요건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된다.
◆ 툴젠, 바이오 최초 ‘테슬라 요건 상장’ 성공할까
22일 거래소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전문기업 툴젠은 바이오 기업 최초로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툴젠은 서울대 교수 출신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1999년 설립한 유전자 가위 전문 바이오벤처기업이다.
2014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 전문경영인 김종문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툴젠은 최근 거래소에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기 위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기술 특례상장 대신 테슬라 요건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적자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이 돋보이면 증권사의 추천을 받고 상장하는 제도다. 거래소가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나스닥 상장을 본받아 지난해 1월 국내에 도입됐다.
테슬라 요건 1호 상장기업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업체 ‘카페24’로 올해 2월8일 상장했다. 카페24의 공모가는 5만7천 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15만 원에 육박하며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툴젠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2호 테슬라 요건 상장기업이자 바이오기업 가운데 최초가 된다.
툴젠은 그동안 기술 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 입성을 추진해왔다.
기술 특례상장은 적자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테슬라 요건 상장과 비슷하지만 외부 평가기관과 거래소의 기술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기술 특례상장 기업은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12곳 중 2곳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데 한 곳에서는 ‘A’ 등급을, 나머지 한 곳에서는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거래소가 또 다시 내부적으로 상장 적격성 심사를 한다.
툴젠은 2016년 두 번째 코스닥 상장 도전 당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그러나 거래소의 마지막 내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앞서 2015년 첫 번째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에서는 2대주주의 지분율이 최대주주와 크지 않기에 경영권 분쟁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툴젠이 거래소로부터 상장심사를 통과한다면 '2전3기'만에 상장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툴젠은 올해 12월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툴젠은 22일 기준 코넥스에서 12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툴젠의 시가총액은 7724억 원에 이른다. 코스닥에 상장하게 된다면 툴젠은 시가총액이 1조 원을 쉽게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 툴젠, 왜 기술 특례상장에서 선회했을까
툴젠은 유전자 가위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 김종문 툴젠 대표.
유전자 가위 기술은 1세대 징크핑거,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로 발전해왔는데 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모두 개발해 상업화한 곳은 전 세계에서 툴젠이 유일하다.
툴젠은 올해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정식으로 초청받아 참가했을 정도로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해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툴젠이 코스닥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우선 툴젠은 만년 적자기업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33억 원, 영업손실 41억 원, 순손실 43억 원을 냈다.
적자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2016년까지 기술 특례상장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후 2017년 초 테슬라 요건 상장과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되면서 적자기업의 상장 방법이 3가지로 확대됐다.
툴젠은 그동안 기술 특례상장을 추진해왔지만 ‘특허분쟁’이라는 암초에 발목이 잡혀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글로벌 특허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상장 이후 툴젠이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면 기업가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2번째 상장 도전 당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음에도 거래소 내부심사에서 탈락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기술성 평가가 필수가 아니다. 거래소는 테슬라 요건 상장에도 필요하다면 기술성 평가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통과 기준은 기술 특례상장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가 올해 4월 환매청구권’(풋백옵션) 규정을 변경한 것도 툴젠이 기술 특례상장 대신 테슬라 요건 상장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
테슬라 요건 상장이나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되사주는 보증제도인 ‘환매청구권’을 통해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테슬라 요건 상장 후 3개월 내 주가가 공모가 대비 90% 아래로 떨어지고 일반청약자가 요구하면 증권사는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는 보증 기간이 6개월이다.
환매청구권 제도는 투자자 보호라는 장점이 있지만 증권사가 지는 부담이 너무 커 기업상장 주관 업무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거래소는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 올해 4월부터 ‘코넥스 상장사 가운데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점 기준 6개월 이내 코넥스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이 1천 주 이상’이고 ‘코넥스시장 전체 매매 거래일수 가운데 해당 종목 매매 거래 성립일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기업이면 테슬라 요건 상장에서 환매청구권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