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부를 삼성메디슨에 통합하기로 해놓고 후속작업을 전혀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 직원들의 반발 때문이다.
◆ 삼성메디슨-의료기기사업부 통합, ‘감감 무소식’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합병을 두고 삼성전자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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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이사 |
삼성전자는 지난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넉달이 흘렀지만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삼성메디슨을 인수한 뒤 자회사로 편입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 지분 68.4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사업을 담당하는 내부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 2009년 12월 신설된 의료기기사업팀이다. 의료기기사업팀은 2012년 말 의료기기사업부로 승격됐고 현재 삼성전자 소비가자전(CE)부문 산하에 있다.
삼성메디슨은 삼성그룹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편입 전인 2010년 312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3년 7억 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2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삼성메디슨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진단 결과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를 통합해 시너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공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의료기기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메디슨 합병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뒤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 합병계획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조직개편 때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삼성메디슨은 개편 대상에서 제외됐다.
◆ 합병 왜 늦어지나
삼성전자가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공식화하지 못하는 까닭은 직원들의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삼성메디슨의 합병설이 처음 제기됐을 때 인수주체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가 삼성메디슨을 흡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를 분리해 삼성메디슨에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의료기기사업을 전담하는 별도법인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경우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직원들의 소속이 하루아침에 삼성메디슨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지만 급여나 성과급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강원도로 사업장을 옮겨야 하는 점도 불만의 대상이 된다. 의료기기사업부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데 삼성메디슨 사업장은 강원도 홍천에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테크윈 등 한화로 매각되는 4개 계열사 직원들이 매각철회를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 통합을 강행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의 합병방안은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전후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