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수 웅진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이 태양광사업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에너지는 수년 동안 적자를 내다 지난해 사업구조 전환에 성공해 흑자 전환의 축포를 터뜨렸지만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웅진에너지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295억34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19억5600만 원을 거뒀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과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정책에 따른 태양광 제품의 수요 둔화가 겹쳐 태양광 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6월 한 달 동안만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25% 하락했고 단결정 웨이퍼 가격은 15%, 셀은 23%, 모듈은 18% 하락했다.
태양광사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시스템(태양광발전소)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태양광 제품의 판매단가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웅진에너지는 최근 반기 사업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모든 태양광 제품들의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음도 불구하고 하반기 추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선도기업들은 생산량을 감산하고 한계기업들은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신 사장은 지난해 웅진에너지의 주력 제품을 잉곳에서 웨이퍼로 바꾸는 강수를 두며 위기를 타개했는데 업황이 악화하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신 사장은 웨이퍼 평균 판매단가의 하락세가 야속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어내 제품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기술 경쟁력도 자신이 있지만 웨이퍼는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올해 상반기 웨이퍼 799MW를 출하했다. 지난해 상반기 565MW(41.4%) 규모의 웨이퍼를 출하한 데에서 41.4%나 더 많은 웨이퍼 제품을 시장에 내보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영업비용은 29.3%나 증가했다.
신 사장은 태양광 제품들의 가격 폭락이 결국 태양광시장의 구조를 크게 바꿔 웅진에너지에 기회의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태양광 제품가격 하락으로 2019년에는 태양광 발전의 신규 수요가 크게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면 고품질의 웅진에너지의 '단결정' 웨이퍼가 대체품인 '다결정' 웨이퍼를 밀어내고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결정 웨이퍼는 단결정보다 순도가 낮고 값이 싼데다 중국 업체들이 덤핑으로 대량판매하고 있다.
판매가격 하락이 정말로 수요량 증가로 이어질 지, 시장 구조조정이 일어날지 등은 아직 확실치 않아 보이나 당분간 웅진에너지의 앞날은 고난의 행군이 예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와 맞물려 한화케미칼과 동맹 효과가 사라지면서 주가도 부진하다.
지난해 한화케미칼이 웅진에너지 지분 8.04%를 매입해 2대주주에 오른 뒤 웅진에너지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이 올해 6월 보호예수기간이 끝나자마자 웅진에너지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나서 웅진에너지 주가는 두 달 내내 신저가를 여러 차례 고쳐 쓰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주식 매도를 발표한 6월21일 직전거래일(6월20일) 웅진에너지 주가는 4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웅진에너지 주가는 이날 3085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달여 동안 38% 하락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화케미칼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처분한 것을 두고 태양광산업의 업황이 크게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아직까지 웅진에너지는 그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