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 이후 외국인 감독들의 한국 대표팀 지휘가 줄줄이 '실패작'으로 평가되면서 벤투 감독의 앞으로 행보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몰린다.
▲ 파울루 벤투 감독.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울로 벤투 감독을 새로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2022년 월드컵까지 4년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는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은 상대 공격 전개를 허용하지 않는 전방 압박과 역습 방지를 추구하는 것에서 한국 축구 철학에 맞았다"며 "그의 카리스마와 전문성, 열정, 자신감을 지닌 감독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4년 동안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으로 44경기 24승 11무 9패로 승률 55%를 기록했다. 2012년 유럽선수권에서는 포르투갈을 본선 4강에 올려놓으며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은 2014년 월드컵에 진출했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팀의 감독을 맡았지만 성적이 부진한 이유로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팬들은 그가 이 정도 역량으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히딩크 감독 이래로 여러 외국인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았지만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감독은 한 명도 없는데 벤투 감독도 그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 바로 뒤에 사령탑에 오른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2003년 1월부터 1년6개월 동안 감독직을 수행했다. 2004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성적 부진과 소통 부재 등의 문제를 보이다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 원정에서 충격적 패배를 한 뒤 피파 랭킹 142위인 몰디브와 무승부를 보이면서 자진해 사퇴했다.
코엘류 감독이 떠난 뒤 요하네스 본프레레가 한국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일부 평가전 성적이 부진했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난에 자진사퇴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본프레레 감독의 후임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맡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06년 월드컵 본선에서 원정경기 첫 승을 거뒀지만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고 그는 한국 대표팀 감독 지위를 반납했다.
아드보카트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나자 수석 코치였던 핌 베어백이 감독으로 올라갔다. 베어백 감독은 대표팀 선수 차출 문제로 국내 리그 팀들과 대립하다 2007년 아시안컵 저조한 득점력으로 여론이 나빠져 결국 경질됐다.
울리 슈틸리케감독은 베어백 감독이 떠난 뒤 7년 만에 선임된 외국인 감독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 경질되기 전까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지휘했다.
슈틸리케감독은 2018 러시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경질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단조로운 전술과 선수 선발의 경직성, 고질적 수비조직력 부족 등의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고 결국 33년 만에 카타르에게 패배하면서 2017년 6월에 감독에서 내려왔다.
외국인 감독들의 실패가 잇따르는 이유로 축구 전문가들은 선수단 장악 실패와 감독과 선수들 사이 소통 부재를 꼽는다.
한국 선수들과 외국인 감독 사이 문화 차이가 언어 문제 이전에 근본적 소통의 어려움을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위 명장이라고 평가받는 감독들을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까지 와서 여러가지 갈등과 외로움을 이길 정도의 매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용 역시 문제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키케 플로레스(스페인의 명장)는 축구의 중심인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아시아에 가족과 떨어져서 4년 동안 지낸다는 데 거부감을 느꼈다”며 “키케는 대한축구협회가 최대치로 거론한 액수에도 이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의 에이전트는 도저히 수락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말해 명장들을 선임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를 털어놓았다.
이런 점에서 벤투 감독은 유리하다. 이미 중국에서 아시아문화를 겪으며 적응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서 실패했지만 경험은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며 "아시아에서 한 번 일했기 때문에 부담감은 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코칭 스태프가 유능한 만큼 선수들과 유대도 원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판곤 위원장은 “그들의 코칭 기술을 한국 지도자들이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시간을 내서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한국 지도자를 위해 스킨십을 하고 선진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도록 세미나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과 면담에서 "중국(에서 저조했던 성적)과 한국을 비교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축구가 공격 전개 과정에서 창조성이 부족하다'는 전반적 지적을 두고는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는 전술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