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시 도시계획국에 따르면 서울시는 ‘용산 광역 중심 미래비전 및 실현 전략’, 일명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용산 도시 개발 방향과 관련한 연구용역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까지도 용산 정비창 부지와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 시점을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애초에 용산 마스터플랜을 8~9월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시장이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른바 ‘통째로 개발’ 발언을 한 뒤 집값이 급등하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발계획을 제동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발표 시점을 정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 조짐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이 용산 마스터플랜을 내놓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허파 역할을 할 거대한 생태자연공원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과거에 미군이 쓰던 용산기지 부지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용산 마스터플랜에 포함될 국제업무지구 개발 등과는 성격이 다른 사업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그동안 조화로운 균형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용산 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공원 조성계획을 공식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사실상 용산 개발사업에 명분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부동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앞으로 박 시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용산 마스터플랜의 부작용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라고 할 수 있다.
용산은 종로와 더불어 서울의 중심부에 있지만 과거 일본과 미국의 군사기지로 사용되면서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으로 114년 만에 온전히 국가 땅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개발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이 용산 마스터플랜 수립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난개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 플랜’에 따르면 용산은 3도심(한양도성, 여의도·영등포, 강남)의 한 가운데 위치한 7광역 중심의 핵심으로서 국제업무 기능을 담당하면서 기존 도심의 기능을 보완·확장하는 중심지로 육성된다.
종로에 더 이상 고밀도·고층의 대형 상업·업무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흡수하는 기능을 맡게 될 뿐 아니라 영등포·여의도가 맡게 될 국제금융 업무 기능도 일정 부분 도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시장이 ‘통째로 개발’이라는 발언을 한 뒤 시장은 ‘용산=대규모 개발 호재 지역’이라는 신호로 이를 해석해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KB리브온에 따르면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4주 연속으로 꾸준히 0.3~0.4% 안팎으로 올랐다. 용산구와 인접한 마포구와 영등포구의 집값도 급등세를 보이는 등 개발계획 소식만으로도 인근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함께 부동산거래 집중단속을 실시하며 첫 대상 지역으로 용산구 일대를 둘러보기도 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의 발언 이후 상가나 아파트, 빌라 등 어떤 것이라도 괜찮으니 매물이 있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한 달 동안 1억 원 이상 오른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과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