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기자 khpark@businesspost.co.kr2018-08-14 15: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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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수익원이었던 기내 면세품 판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기내 면세품 수요를 입국장 면세점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입국장 면세점은 여행객이 입국한 뒤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공항 입국장에 설치되는 보세판매장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입국장의 1층 수하물 수취지역에 향수 및 화장품과 주류 및 담배 등 매장을 들여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한국인 해외여행객이 기내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아도 입국한 뒤 면세품을 살 수 있게 된다.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그동안 여행 내내 구입 면세품을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피하거나 추가 수하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해외 공항의 면세점이나 항공사들의 기내 면세점을 즐겨 이용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기내 면세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수익원이다. 항공사들은 임대료를 내지 않고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데다 기내 면세품 판매를 위해 인건비를 별도로 들이지 않는다.
면세업계전문지인 무디다빗리포트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기내 면세품 판매를 통해 매출 1억5100만 달러(약 1713억 원)를 거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기내 면세품 판매를 통해 매출 964억 원을 거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화장품과 주류 등 품목의 수요 일부를 입국장 면세점에 빼앗길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기내 면세품 가운데 화장품과 주류의 판매 비중이 35.5%와 28.7%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품목별 판매 비중을 공개하지 않지만 2016년 발렌타인 30년산 등 주류 품목이 기내 면세품 판매실적 상위 1~4위에 올라 있었던 만큼 주류의 판매의존도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외여행객 3천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입국장의 혼잡 등 부작용 대응방안까지 포함해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뼈대로 하는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면세점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입국장 면세점 도입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오너일가의 갑횡포나 비리 의혹의 확산으로 여론 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반대 주장을 펴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